글을 쓰든 일을 하든 때로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죠. 그런데 최근에 소설을 읽다가 제 삶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전락』이라는 작품을 읽고 있는데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소설이라는 건 결국 작가의 삶이 덩어리째 녹아 있는 결과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인물들의 대사, 장면 묘사, 사건 전개. 이 모든 게 작가가 살아온 시간 겪어온 감정 쌓아온 생각의 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삶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금 제 실력을 10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가정해 보면 밤을 새워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도 결국 85점의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열정과 노력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믿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력의 ‘덩어리’가 되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 깨달음 이후 ‘삶의 덩어리’라는 개념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루하루의 독서, 한 줄의 글쓰기, 사소해 보이는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보이지 않는 내공이 됩니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덩어리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옵니다. 누군가 내 실력을 평가해야 할 때 세상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 그동안 쌓인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죠. 억지로 끌어올릴 수도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도 없습니다.
문학을 읽으며 저는 돈과 성공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결과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돈을 좇아도 금방 지치고 성과를 급하게 원하면 그만큼 허무함이 따라오지만 실력이라는 덩어리를 키워놓으면 그 덩어리가 제 값을 하고 그에 맞는 기회와 보상이 따라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보이지 않는 실력을 먼저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삶의 덩어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덩어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쌓아야 하고 때로는 지루할 만큼 느리게 자랍니다. 하지만 그 덩어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남아 있고 필요한 순간에 분명히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을 펼칩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오늘 읽는 한 장이 내일 쓰는 한 문장이 결국 제 삶의 덩어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그 덩어리가 커질수록 저는 더 자유로워지고 더 넓은 세상에서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도 지금의 결과에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쌓는 그 시간이 결국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덩어리에 어떤 조각을 더할지 생각해 보세요. 그 조각들이 모여 완성될 작품은 분명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걸작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