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by 오동근

저는 일을 하면서 질문의 힘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보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을 때가 그렇습니다. 비슷한 상병코드인데 지급액이 유독 불균형하게 높게 튀는 구간이 있었죠. 처음엔 복잡한 모델을 손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커피 한 모금 후에 아주 단순한 질문을 적었습니다. “같은 코드인데 왜 여기만 다를까?” 이 문장 하나를 쓰자 바로 확인해야 할 표본, 기간, 병원군이 자동으로 떠올랐습니다. 질문이 길을 가리켰고 그 길에서 손과 발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답은 늘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질문이 방향을 정해주면 데이터는 그 방향으로 줄을 서듯 정렬됩니다.


질문은 똑똑한 사람이 하는 것도 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질문은 모르는 사람의 특권이고 앞으로 걸어가려는 사람의 첫걸음입니다. 무엇보다 질문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적었던 “같은 코드인데 왜 여기만 다를까?”는 초등학생도 쓸 수 있는 문장이지만 바로 그 단순함 덕에 뇌는 이유를 찾기 위해 스스로 계산을 시작합니다. 복잡한 문장을 쓰면 그 문장을 해석하느라 에너지를 쓰고 단순한 문장을 쓰면 해답을 찾느라 에너지를 씁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집니다.


저는 질문을 종종 소리 내어 말합니다. 말로 꺼내면 문장이 짧아지고 호흡이 분명해집니다. “이 글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하지?”라고 묻는 대신 “첫 문장을 쓴다. 어떤 장면으로?”라고 바꿉니다. 목적어가 구체적일수록 뇌는 빠르게 반응합니다.


질문은 불안의 증거가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질문을 하면 마음이 더 흔들릴까 봐 피하는 사람이 많은데 방향 없는 불안은 질문을 만나면 속도가 줄어듭니다. “나는 왜 불안하지?”가 아니라 “무엇이 불안의 원인을 만들었지? 그것을 줄이기 위해 오늘 10분 안에 할 수 있는 한 가지는?”으로 바꾸면 불안은 과제가 됩니다. 과제는 처리할 수 있고 처리한 과제는 자신감을 남깁니다. 이렇게 작은 승리가 쌓이면 질문은 더 이상 심문이 아니라 지지가 됩니다.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앞으로 나를 이끄는 손이 됩니다.


어느 날은 질문이 저를 책상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오늘의 글이 독자에게 가져다줄 한 문장의 변화는?” 이 질문을 적고 나면 문장이 길어지려다가도 다시 다듬어집니다. 내가 쓰는 말이 누군가의 하루에서 정말로 작동할 수 있을지 손에 잡히는 장면과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도 처음부터 사소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막막함을 뚫으려면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은 뭐지?”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여러분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의 오늘을 한 칸 움직일 질문은 무엇인가요?”


질문은 동기가 아니라 시동입니다. 거창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단순하고 구체적인 문장에 가장 잘 반응합니다. 오늘 밤, 휴대폰 화면을 끄고 싱크대에 기대 서서 아주 짧은 한 문장을 적어 보세요. “내일 아침의 나를 반 걸음 움직일 질문은?” 그리고 그 아래에 답을 적으세요.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내일의 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겁니다. 혹시 아직도 망설여진다면 제가 처음에 사용했던 문장을 그대로 가져가도 좋습니다. “지금,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은 뭐지?” 이 문장을 손에 쥐고 잠자리에 들면 내일의 여러분은 오늘보다 조금 더 선명한 방향을 갖고 눈을 뜰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쌓여 언젠가 뒤돌아보면 꽤 먼 곳까지 와 있을 겁니다. 질문은 늘 그 자리에 있고 필요한 건 다만 한 번 더 조용히 묻는 용기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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