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나서 바라보는 지혜

by 오동근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일이 한순간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꿈을 꿨습니다. 그 꿈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붙잡으려 했고 붙잡을수록 손은 더 미끄러졌습니다. 깨어나서도 그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노자의 말 반대편으로 향하는 것이 도의 운동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살아가지만 정작 삶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은 그 방향과 정반대 편에서 찾아온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삽니다. 어쩌면 내가 쫓았던 것들이 자꾸만 멀어지는 이유도 그 반대의 법칙 속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믿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사회생활 초반까지 성과와 숫자가 곧 내 존재의 증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계획표를 확인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쉬는 날에도 공부나 네트워킹으로 시간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언젠가 만족할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한동안은 성과가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작은 실패에도 크게 흔들리고 내가 쌓은 것들이 무너질까 두려워 매일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계산이 앞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마저 집착이 생겼습니다. 가까웠던 이들이 하나둘 멀어졌으나 이유를 몰랐습니다. 마치 내가 붙잡을수록 그들이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향하는 도의 운동은 단순한 철학적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몸으로 겪고 있던 심리의 흐름을 정확히 설명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쫓으면 마음의 에너지가 한 곳으로 응축되고 그 응축이 굳어져 결국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사랑을 붙잡으려 애쓸수록 상대의 숨통을 조였고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자 창의력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놓아버린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고 여유가 생기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반대로 간다는 말은 포기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유연함입니다. 도의 원리는 전술적 후퇴에 가깝습니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며 힘의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다만 목표를 향한 집착의 강도를 조절했습니다. 때로는 잠시 물러서서 배우고 실패를 곱씹어 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시간들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그것이 성장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불안이 줄어들었고 선택이 명확해졌습니다. 누군가의 기대나 사회적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게 되자 관계도 일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삶을 하나의 직선처럼 생각하면 그 선이 끊어질까 두려워하게 되지만 노자는 인생을 새끼줄처럼 꼬여 있는 형태로 보았습니다. 높음과 낮음, 기쁨과 고통, 성공과 실패가 함께 얽혀야 비로소 튼튼한 줄이 된다고 했습니다. 실패가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고 고통이 있었기에 행복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위로가 나를 일으켜 세웠고 그 경험이 또 다른 사람을 위로할 힘이 되었습니다. 만약 인생에서 고통만 잘라내고 행복만 남길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삶이 아닐 것입니다. 새끼줄에서 한 가닥을 자르면 줄이 끊어지듯 고통과 행복은 함께 존재할 때 비로소 단단해집니다.


노자의 가르침은 멀리 있는 교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삶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작용하는 법칙입니다. 성과와 실패, 기쁨과 고통이 서로 꼬여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더 이상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습니다. 그것은 포기의 미학이 아니라 단단함의 지혜입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너무 집요하게 쫓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반대의 방향을 바라보길 권합니다. 그 반대의 힘은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그 멈춤과 받아들임 덕분에 조금은 여유롭고 조금은 견고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꼬여 있는 새끼줄과 같습니다. 고통을 잘라내려 하지 말고 그 고통을 함께 엮어가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단단해지고 그 단단함이 결국 행복을 불러옵니다.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은 그런 삶의 균형 속에서 조용히 다가옵니다. 결국 노자가 말한 도의 운동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삶의 진리입니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서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고 비울수록 더 많이 채워진다는 단순하지만 위대한 깨달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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