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맞춤형 열쇠 만들기

by 오동근

사람은 누구나 손에 열쇠 하나쯤은 쥐고 살아갑니다.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부모나 선배가 말하던 안정적인 삶이라는 말속에 감춰진 하나의 모양. 우리는 그것을 열쇠라고 믿으며 사회에 나가 문을 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는 있는데 맞지 않는 문 앞에서 서성인 경험.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입니다.


직장생활 5년 차, 저는 꽤 괜찮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된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엑셀 파일을 붙들고 있는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남들이 말하던 성공의 경로를 걷고 있는데 왜 저는 점점 닳아가는 느낌이 들었을까요.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한 길일까?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문제는 고민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어떤 모양의 열쇠가 필요한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퇴근 후 시작한 독서 모임이 제 삶에 새로운 균열을 냈습니다. 매주 모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단순한 모임이었는데 그 안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직업을 여러 번 바꿔본 사람, 육아와 일 사이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그들과 대화하며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는데 제 열쇠를 갈아낼 용기가 없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습관처럼 다니던 미용실 대신 새로운 곳에 가봤더니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되는 경험 있으시죠? 늘 같은 편의점에서 고르던 도시락 대신 다른 메뉴를 먹어봤더니 새로운 맛을 알게 되는 순간.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시도는 나도 바뀔 수 있다는 감각을 깨어나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열쇠에 생기는 첫 번째 홈입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는데 야근을 하다가 자기 삶이 흘러가는 것이 허무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매일 10분씩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느 날 문득 자기 이야기 속에 계속 반복되는 한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그제야 그는 고객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는 은행 CS 강사로 직무 전환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보며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저는 그 과정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는 매일 열쇠를 갈아낸 사람입니다.


우리는 준비가 다 되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진실은 거꾸로입니다. 시작해야 준비됩니다. 시도해야 배웁니다. 실패해야 성장합니다. 열쇠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누군가 정답을 주길 기다린다면 평생 같은 문 앞에서 맴돌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두 이미 열쇠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그 열쇠에는 나만의 홈이 부족할 뿐입니다. 그 홈은 독서를 통해,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은 도전을 통해, 실패라는 사포질을 통해 깎여 나갑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열쇠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문 앞에 서 보는 용기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돌리고 있는 열쇠는 정말 스스로의 문을 위한 열쇠입니까? 남이 쥐여준 열쇠를 붙들고 살고 있진 않습니까? 그렇다면 오늘 아주 작은 시도를 해봅시다. 책 한 페이지를 읽거나,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익숙한 길 대신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것부터. 작은 행동이 언젠가 여러분만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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