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은 융통성의 기반이 됩니다

by 오동근

약속 시간을 ‘언제 한 번’이라고 미루거나 ‘점심에 보자’ 같은 모호한 표현을 자주 쓰시나요? 저는 어느 날 중요한 약속을 여러 번 미루었지만 정작 시간이 부족해 마음이 조급해진 경험을 하면서 시간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오늘 하루 10분을 더 효율적으로 썼더라면 달라졌을 일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저의 변화가 여러분에게도 작은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약속과 일정의 명확성이 높아집니다. 밥 한 번 먹자 대신 10월 28일 오후 1시에 만나자라고 말하면 서로의 캘린더를 바로 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의 단위를 작게 쪼개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흔히 놓치는 틈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0분을 하나로 볼 때와 29분, 1분으로 나눠 쓸 때의 집중력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쪼개면 피곤하지 않나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저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시간을 구체화하면 불확실성이 줄고 불필요한 마음의 낭비가 줄어듭니다. 약속 시각을 1시로 잡는 것만으로도 상대방과의 약속이 더 잘 지켜졌고 제 자신에게도 약속을 지켰다는 신뢰가 쌓였습니다.


‘정확한 시간 약속 = 엄격함 또는 권위적 태도’라는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구체적 시간 약속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자 효율을 위한 도구입니다. 상대가 바쁜데 “언제 시간이 돼?”라고 물어보고 다시 언제 한 번으로 끝나는 것보다 특정 날짜와 시각을 제안하면 상대도 스스로 일정을 조정할 기회를 갖습니다. 즉, 구체성은 융통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직한 융통성의 기반이 됩니다.


저는 약속을 잡을 때 캘린더를 바로 열고 그 자리에서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두세 개 제안합니다. 이 과정에서 30분 단위가 아닌 7분, 12분, 27분 같이 비정형 시간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런 작은 비틀기가 의외로 약속을 더 잘 지키게 만들더군요. 또 하루를 계획할 때는 ‘1시간 30분’ 같은 큰 시간만 보지 않고 그 안을 15분 단위로 쪼갭니다. 이 방법은 업무 전환 비용을 줄여주고 집중의 끈을 더 단단히 매도록 도와줍니다.


한편 지나치게 촘촘한 시간 관리는 스트레스를 낳을 수 있으니 균형이 필요합니다. 저는 초단위까지 세세히 관리할 때도 있지만 그건 특정 상황에서만 합니다. 예컨대 이동 중 대기 시간이 17분일 때처럼요. 평소엔 블록 스케줄로 주요 업무를 잡고 그 블록 안에서 15~30분 단위로 세부 일정을 조절합니다. 이로써 융통성과 규칙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해서 삶이 딱딱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중한 순간을 더 자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친구와의 대화, 가족과의 저녁식사, 혼자만의 독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니 그 순간들에 더 몰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 관계와 자기 관리 모두 좋아졌습니다.


정확한 시간 약속 = 성급함이 아니라 명확한 의사소통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흔히 미루는 태도로 치부하는 것은 실은 불편함을 피하려는 마음일 때가 많습니다. 약속 시간을 애매하게 말하면 서로의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더 많은 조정과 불편을 남깁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약속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간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루는 습관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작은 결심과 몇 가지 간단한 습관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10월 28일 1시처럼 구체적으로 말하기, 하루를 15~30분 단위로 쪼개 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간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들이기 이 세 가지가 제가 경험으로 얻은 핵심입니다. 물론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해보면 작은 단위의 시간들이 모여 삶의 질을 바꿉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내일 1시 약속을 잡아보지 않겠어요? 그 작은 실천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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