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실행의 차이점

by 오동근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커피를 내리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점심 메뉴를 먹는 일상. 익숙해서 편하긴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죠. 이렇게 똑같이 반복만 해도 괜찮을까?

셰프 에드워드 리(Edward Lee) 의 인터뷰 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완벽한 양파 요리를 내놓는다면 그건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실행하는 거예요”라고 말했죠. 이 말이 제 가슴을 콕 찔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저는 제 일을 돌아봤습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문서를 만들고 비슷한 말투로 발표하고 늘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죠. 안정감은 있었지만 새로움이 없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같은 길만 걷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작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보고서를 만들 때 문단 구성을 바꿔보거나 데이터 시각화를 다르게 표현해 봤습니다. 또 회의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보기도 했죠. 물론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상사에게 굳이 이렇게 바꿔야 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때 느꼈습니다. “아, 이게 바로 내가 배워야 할 과정이구나.”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잘 안 되는 걸 시도해 보는 게 진짜 성장의 시작이라 느꼈습니다.


이건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계속 읽습니다. 저도 예전에 경제서나 자기 계발서만 파고들었죠. 익숙하니까 읽기 편했지만 어느 순간 그 책들이 다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한 번은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지루하고 이해도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선이 제 일상과 닮아 있다는 걸 느꼈죠. 그때부터 생각의 폭이 확 넓어졌습니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 게 결국 내 안의 ‘보랏빛 소’를 등장시키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세스 고딘(Seth Godin) 의 『보랏빛 소가 온다』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천 마리의 갈색 소가 있는 들판에 보랏빛 소 한 마리가 있으면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계속 같은 보랏빛 소만 보면 사람들은 다시 흥미를 잃는다.” 이 말은 결국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랏빛 소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시점에는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고 또 어떤 순간엔 이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그 타이밍을 감지하려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실행인가 아니면 배우는 과정인가?” 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성장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면 끝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실패는 끝이 아니라 피드백입니다. 요리를 망쳤다면 간을 잘못 봤는지 재료의 온도가 어땠는지를 알게 되죠. 회사에서 기획이 통하지 않았다면 고객의 관점을 놓쳤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실패는 우리에게 정보를 줍니다. 그 정보를 다음 시도에 반영하면 실패는 더 이상 두려운 게 아니라 성장의 재료가 됩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들 모두 어느 순간엔 ‘익숙함의 덫’에 빠집니다. 그 덫 안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너무 오래 머물면 정체됩니다.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 합니다.

라면에 새로운 재료를 넣는 것처럼 보고서의 형식을 살짝 바꿔보는 것처럼 읽지 않던 책을 한 번 펼쳐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게 바로 보랏빛 소를 등장시키는 순간입니다. 완벽한 갈색 소들 사이에서 단 한 번의 보랏빛 시도가 여러분을 성장시킵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아는 건 결국 스스로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느낄 때가 바로 그때예요.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완벽한 하루보다 서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 하루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 하루, 작은 변화 하나만 시도해 보세요. 결과가 어떻든 그 경험이 여러분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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