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 먼저

by 오동근

아침 알람을 끄고도 이불속에서 눈을 감은 채 잠시 더 머물고 싶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딱 5분만…’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경험,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요. 매년 새해가 오거나 월요일 아침이 되면 “이번엔 꼭 시작해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날도 평소처럼 이불속에서 스마트폰을 보려던 찰나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운동복을 입고 10분만이라도 뛰어보자.’ 막상 뛰고 있을 때는 여전히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샤워를 끝내고 나니 하루가 가벼워지고 해야 할 일에 자연스러운 의욕이 생겼습니다. 작은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저는 하나의 분명한 규칙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 끝내면 그날의 흐름이 바뀐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쌓이면 결국 삶의 전체 리듬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결심’을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새해 첫날, 아니면 월요일 아침에 시작을 다짐하는 순간, 잠시 안도의 마음을 얻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안도감은 때로는 위험합니다. 결심이 때로는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도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할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실상 오늘의 책임은 사라집니다. 저는 이 패턴을 끊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바로 보지 않고 10분이라도 독서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반복되자 ‘오늘도 못 했네’라는 자책 대신 ‘오늘은 이미 해냈다’는 안도감이 생겼고 이 안도감은 또 다른 행동의 동력이 되어 새로운 성취를 끌어냈습니다. 작은 성공이 연쇄적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힘겹고 고통스럽게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피하지 않고 가능한 가장 낮은 진입 장벽으로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는 10페이지가 아니라 1페이지만 읽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운동이 부담스러우면 30분이 아니라 5분만 걷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시작이 반복되자 습관이 되고 습관이 자리 잡자 자연스럽게 질과 양도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늘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은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계획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막연한 목표보다 구체적인 이유가 훨씬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운동을 할 때 저는 체중 감량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저녁에 아이와 뛰어놀 때 숨이 가쁘지 않은 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내 삶의 구체적인 맥락과 연결된 목표는 반복의 힘을 만들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단순한 자기 관리 기술을 넘어 ‘자기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한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경험이 쌓이자 자신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매일 10분의 운동, 10분의 독서, 미뤄둔 연락 하나를 먼저 해결하는 행동이 쌓이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깊어졌고 이러한 신뢰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힘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는 자신의 시간과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태도로 확장되었습니다.


마무리하자면 하기 싫은 일은 피할수록 더욱 큰 힘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먼저 처리하는 순간 우리는 작은 승리를 얻게 되고 그 승리는 더 큰 변화로 이어집니다. 결심을 미래로 넘기지 마시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완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작은 용기가 하루를 바꾸고, 더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바꾸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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