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유용함

by 오동근

난 돈 벌러 회사에 가는 건데 왜 일만 시키면 이렇게 짜증이 날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미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써버린 것 같은 기분, 상사의 한마디에 이유 없이 예민해지는 마음. 이상하죠.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일인데 막상 그 일을 하자고 하면 화가 납니다. 분명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끌려간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어느 날 퇴근 후였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오늘도 힘들었다는 말로 하루를 정리하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일이 힘들었던 걸까 아니면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던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일은 원래 재미없는 거야”, “돈 벌려면 참아야지”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착각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화가 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일이 많아서도 보상이 적어서도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은 일 속에서 나 자신이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멈춥니다. 대신 ‘시키니까 한다’, ‘안 하면 안 되니까 한다’라는 태도가 자리 잡습니다. 이때부터 일은 숙제가 되고, 의무가 되고, 결국 분노의 대상이 됩니다.


저 역시 일을 그저 버텨야 할 시간으로만 여겼습니다.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생각할수록 하루는 더 길어졌고 작은 지시에도 예민해졌습니다. 문제는 일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제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일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말처럼 거창한 사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오늘 처리한 이 업무가 누군가의 시간을 조금 덜 낭비하게 만들었는지 누군가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같은 일을 해도 감정의 무게가 달라질 거예요. 누군가를 위해 내가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 하나만으로도 일은 ‘시키는 것’에서 ‘내가 선택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럼 즐겁기만 하면 돈은 중요하지 않은 거냐고 묻을 수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돈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순서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즐거움이나 의미를 외면한 채 돈만 좇으면 돈을 벌어도 만족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하는 일에서 기대와 설렘을 만들기 시작하면 돈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질문입니다. “왜 이렇게 하기 싫지?”가 아니라 “이 일을 통해 내가 나눌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일은 더 이상 나를 갉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하루를 버텨내는 삶에서 하루를 쌓아가는 삶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일이 쉽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예전처럼 일을 시킨다고 화부터 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이 시간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오늘도 “난 돈 벌러 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조용히 한 번만 물어보세요. 내가 이 일을 통해 세상에 건네고 있는 작은 유용함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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