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 읽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최근에 읽은 시에 ‘그림자’가 등장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며 자기 그림자와 만나는 장면 그리고 그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된다’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그림자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잖아요. 실패, 상처, 고통, 시련 같은 것들. 빨리 없애고 싶은 것 지나가길 바라는 것.
그런데 그 시는 말하더군요. 그림자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빛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제 삶의 그림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견뎌야 했던 시간들,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들, 혼자서 버텨야 했던 밤들. 저는 그걸 다 ‘넘겨야 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시를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그림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까지 온 건 아닐까. 그 그림자들이 나를 밀어 올려준 건 아닐까. 그제야 고통이 조금 다른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긍정이라는 건 고통을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웃으며 넘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 시를 통해 배운 긍정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껴안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자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꽃잎처럼 살포시 덮어주는 것. 그럴 때 비로소 그림자는 빛이 되더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각자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쉽게 말 못 하는 무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 혼자만 아는 아픔. 저는 이제 그걸 다르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내 삶을 빛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빛의 재료라고요. 아직은 어둡게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빛으로 바뀔 거라고 믿으면서요.
다음에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 안에서 어쩌면 여러분도 자신의 그림자를 빛으로 바꾸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그날 이후로, 조금 더 기꺼이 내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게 삶을 훨씬 밝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