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잔에도 달이 담깁니다. 비교하지 않게 된 순간

by 오동근

누군가는 사업을 크게 키우고,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또 누군가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 한편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나는 왜 저만큼 큰 사람이 아닐까.’


책을 읽고 강연을 들을 때마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마치 세상에는 큰 그릇을 가진 사람들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문장을 읽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작은 잔에도 달이 담긴다.” 이 문장은 생각보다 오래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가만히 떠올려 보면 참 신기한 장면입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엄청나게 크지만 물이 담긴 작은 컵에도 달빛은 그대로 비칩니다. 컵이 작다고 해서 달이 비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컵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물이 담겨 있느냐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저는 그릇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만 계속 커지고 있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큰 그릇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큰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그릇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그 ‘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에서는 그것을 철학이나 이타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려는 마음,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태도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가장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들도 사실은 성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을 때, 좋은 문장을 읽고 오래 생각에 잠겼을 때,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을 때였습니다. 그 순간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내 그릇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독서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은 겉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면 어느 순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그때 비로소 작은 잔에도 달이 담길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릇의 크기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작은 잔에 맑은 물이 담겨 있으면 그 위에는 달도 비치고 별도 비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대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그릇 안을 차분히 채워 나가는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예전처럼 그릇의 크기를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오늘 내 잔에 어떤 물을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좋은 책 한 페이지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 자신의 그릇이 작다고 느끼고 계신다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릇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제 잔에 물을 조금 더 채워 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 물 위에 달이 비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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