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결혼식을 올리기 전, 처음 맞는 추석이었다.
"첫 명절인데 와야지. 남편이 오지 못해도 너는 와야지."
겨우 용기 내어 찾아간 그 자리에서,
그날 밤 어머님이라는 사람은 내게 말했다.
"남의 집에서 명절 보내니, 결혼한 게 실감이 나지?"
그 말에 덧붙여 떠오른 기억 하나.
"김씨 가문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며느리에게."
라는 문자가 있었다.
나는 김씨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는데.
결혼한다고 이름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병들어가기 시작했다.
피부병이 찾아왔다.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는 이상한 피부병.
그 피부병은 이혼을 앞두기 전까지 나를 괴롭히다가,
이혼 후 신기할 정도로 깨끗이 사라졌다.
결혼 전의 일이다.
장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
한 달에 한 번 겨우 만나는 남자 친구(지금은 전 남편)에게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허리를 다치셨는데,
너는 연애하고 있다고?
그럼 여자 집안에서 우리 집안을 무시해."
호된 꾸중이 쏟아졌다.
...응?
나는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우리가... 누굴 무시해?’
나중에야 속으로 혼잣말처럼 떠오른 생각.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라고 집안을 들먹여."
못난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내 안에 반발심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또 다시 명절.
이번엔 결혼식을 올리고 처음 맞는 명절이라고 하였다.
먼 장거리를 달려간 나를 맞이하자마자
그들이 내게 던진 첫마디.
"한복은 왜 안 입고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