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일종의 질병이다

마음이 우리를 부리는 상태

by 최서연


늦은 기록



지난 일요일의 요가와 명상 수업






치다난다: 행복하려고 할 게 없습니다. 나는 이미 지복의 상태.



자신의 행복이나 안정의 가치를 자꾸 바깥에서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 안에 모두 있다. 깨달음은 초월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하나 됨으로써”즉, “현존”으로 찾을 수 있는 것. 이게 무슨 상태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면 그냥 지금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자.


어떤 감정이 올라왔을 때, 마음, 에고는 내가 아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신의 어떤 신비로움이 아니다.


붓다의 다르마. 문제는 원인으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붓다는 깨달음을 번뇌의 끝이라고 했다.



가장 현존을 방해하는 것은 에고이다.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럴 때 재빠르게 돌아오기.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 생각이 없을 때, 지금 이 순간 충만하고 강렬하게 집중하고 있을 때 진정한 존재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매 순간 판단과 평가를 내리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 에고의 작동은 너무나 재빨라서 알아채기 어렵기도 하다.



생각은 일종의 질병이고, 질병은 균형이 무너진 상태이다. 마음이 우리를 부리는 상태. 마음은 잘 이용하면 좋은 도구인데, 내가 마음에 휘둘리고 있다.


누군가 나와 바퀴벌레가 같은 존재라고 한다면, 나는 얼마나 다른지를 얼마나 많은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만큼의 생각의 장막이 나를 덮고 있는 것이다. 깨달음은 행복이 아닌, 평온하고 자유로운 상태이다.



11월의 주제는 현존. 그리고 이번 달에는 각자 같이 수련을 하지 않는 날에도 15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기를 매일 하기로 했는데, 사실 하루도 하지 못하고 있다. 10월까지는 의욕이 넘쳐나서 매일 아침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너무 좋았다. 10월이라고 해봤자 불과 며칠 전이다. 웬일인지 11월이 딱 되자마자부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슬슬 다 잊은 줄만 알았던, 기억도 못하고 있던, 뜬금없이 올라온 예전의 나쁜 기억들이 하나둘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내 마음에서 나가지 않는다. 그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남아있다.


첫 주는 15분 동안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지 그냥 관찰해보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못했다. 관찰하려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며칠째 몇 분하다가 그만둬버렸다.



마음이 내가 아니라는 것, 감정은 내가 아니라는 것, 여기에 휘둘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무리 상기시켜도 나는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이 마음 때문에 힘들다. 문제는 원인으로부터 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답을 모를 때도 답답하지만, 답을 알면서도 마음대로 안될 때는 더 답답하다.



왠지 모를 이 감정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내 마음은 편안해질까? 내가 아니라는 것만 받아들이면 편해지는 게 맞는 걸까?


길을 잃은 지 며칠째의 명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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