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맘대로 온 여행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by 최서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햇볕이 너무 좋았다. 애써 일찍 일어나지 않고 자고 싶은 만큼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후시미 이나리로 가보기로 했다. 그날 아침에는 할 일이 있었다. 전 날 말차 빙수를 먹으러 카페에 갔을 때 그곳에서 파는 엽서와 우표를 사두었는데, 주말에는 우체국이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 중에 엽서를 보내려면 그날 보내야 했다. 고민 고민해서 고른 엽서 두 장 중에, 한 장은 친구에게, 한 장은 그 사람에게 썼다. 제대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보내 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힘들어하던, 그래서 네가 못마땅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왔고,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상태이고, 네가 나에게 해주었던 일을 고맙게 생각한다는. 그 사람에게는 쓸모없을지 모를 내용이었다. 내가 행복해 보여야 그 사람이 돌아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빨리 행복한 척하기 위해서 기분이 한껏 좋을 때 엽서를 써 내려갔다. 왠지 엽서가 도착하면 그 사람이 나한테 돌아올 것만 같은 부푼 기대를 가지고 우체국에서 엽서를 붙이고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계란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먹고, 후시미 이나리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미 도착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보이지가 않아 지도를 켜보니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려고 다리를 건너다 아름다운 개천을 볼 수 있었다. 햇살에 비치는 맑은 물의 개천과 개천을 감싸고 있는 푸릇푸릇한 풀잎들을 바라보면서 땀을 식혔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이 풍경도 못 봤겠지. 그래. 헤매는 게 항상 나쁘건 아니야.


라고 위로하며 다시 길을 찾아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후시미 이나리에 도착해서 정상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동전을 넣고 종을 울리고 기도를 하는 곳이 올라가는 길 곳곳에 있었다. 마주치는 곳마다 동전을 넣고 똑같은 소원을 빌었다.


‘이렇게 열심히 빌었는데 들어주지 않을까? 오늘 엽서도 보낸 것도 왠지 잘 될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곳곳에 동전을 넣으며 소원을 빌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산 밑으로 내려왔다.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아주 진한 글씨로 쓰여 있는 한국어로 된 안내판에 내 발걸음이 멈췄다. 후시미 이나리를 대표하는 에마 모양의 나무판을 파는 곳이었다. 소원을 적어서 봉납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가 있지? 누가 뭐라고 하면 어쩌려고? 나같이 절박한 사람이 진짜 저 말 밖에 믿을 게 없어서 믿고 소원을 빌었는데 안 이루어졌다고 와서 행패라도 부리면 어쩌려고? 저렇게 대문짝 만하게 ‘반드시’ 이루어진다니. 이건 다른 거랑은 다르게 진짜 정말 이루어지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냥 ‘소원을 빌어보세요.’도 아니고 반드시? ‘반드시’라니! 무려 ‘반드시’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뭔가 자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써 두지 않았을까?’


나는 홀린 듯이 에마 나무판을 사서 소원을 적어 걸어 두려고 하다가, 이건 그냥 기념으로 가져갈까 하고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왔다.


나는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했는데, ‘에마 를 산사에 봉납하지 않아서 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내 방에 걸려있는 에마를 보면서 매일매일 후회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저걸 봉납하지 않아서 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가?’


그때의 절박함으로는 다시 비행기 티켓을 사서 후시미 이나리에 가서 에마에 그 사람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적어 걸어 놓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루 종일을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발이 많이 피곤했다.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걸로 포식을 해야지.’


맛있는 초밥집을 찾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다행히 자리에 앉았을 때 옆사람들도 혼자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으로 쉽게 주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가며 신나게 초밥을 먹었다. 얼마가 나오든 어떠랴 하고 추가 주문을 해서 양껏 먹기로 했다.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배 터지게 초밥을 먹고 생각보다 많이 나온 계산서를 들고 시원하게 카드를 긁었다.


그 날은 신이 나서 그런지 통장 잔고가 걱정되지 않았다. 캔맥주 하나를 들고 강가를 산책하며 혼자 와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랑 같이 여행 갔을 때는 사진도 마음대로 못 찍었는데.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같이 여행한 동안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헛헛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찍어서 남겨놓고 숙소에 누워서 혼자 하나하나 넘겨보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오늘 하루도 잘 보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다음 날은 조금 멀리 나가 보기로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웬만큼 돌아보았고, 버스를 타고 금각사와 료안지, 시간이 되면 철학자의 길까지 돌아다녀 보기로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유명한 절이지만 생각보다 볼 게 없는 곳도 있었고, 유명하지 않은 절이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곳도 있었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 따라내려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료안지에 도착해서는 열세 개의 돌들을 보며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어가고 싶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료안지에는 13개의 돌이 있다. 어떤 자리에서 봐도 13개의 돌을 한 번에 다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마당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은 분명 원하는 답이 있었다. 항상 그랬다. 뭔가 듣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자기 입으로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매번 그 말을 맞추지 못했고, 빗나가는 말들로 그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걸까? 무신경한 나로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데, 그냥 말해주면 안 되나? 난 그냥 말해버리고 마는 성격인데…’


그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내 입에서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틱틱거렸다. 무슨 말이 듣고 싶었을까. 료안지의 이쪽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보았지만 어느 곳에 서 봐도 열세 개의 돌을 동시에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나는 그 돌들을 동시에 볼 수가 없는데 그게 내 한계라는 걸까.


“네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은 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야. 하지만 그건 언제나 틀렸어.”


열세 개의 돌들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해 주지 않는 한 영원히 알 수 없는 그 사람이 원하는 대답은, 료안지에 있는 열세 개의 돌을 한눈에 보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무리 봐도 가려지는 돌이 있었다.


“거봐 어떻게 해도 안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 돌들은 어떻게든 다 보려고 애쓰는 나를 비웃었다. 짜증이 치밀었다. 료안지에서 열세 개의 돌이 나에게 작은 깨달음이라도 주었다면, 그 사람의 원하는 답에 대한 힌트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답답한 료안지를 나와 버스를 탔는데 왠지 그 길이 아닌 듯했다. 볕은 점점 세게 내리쬐기 시작했고, 덥고, 대충 때운 끼니 때문에 배도 고파왔는데, 료안지는 나를 답답하게만 만들고, 게다가 버스도 잘 못 탔다.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짜증이 나기 시작하니 멈출 수 없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내 마음을 달래며 종점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교토에 와서 처음으로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은 날이었다.


‘그래. 모든 일이 내 마음처럼 되진 않지.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여행도, 내 마음껏 돌아다니고 먹으려고 온 여행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거지.’




지금까지는 대부분 운이 좋았다. 우연히 사람들을 따라갔다가 유명한 명소를 구경하고, 구경하게 된 명소는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었고. 내 마음대로 다니는 여행에서도 이렇게 삽질할 때가 있는데,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 마음대로 다 하지도 못하는 와중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계속 계속 일어나겠지. 일상에 돌아가서 또 이렇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 야 할까. 종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깨달음이 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 뙤약볕 밑에 서서 눈살을 찌푸리고 계속 생각했다.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되는 거 같다.’


이미 일어난 일 다시 생각해봤자, 후회해봤자, 뭘 탓해봤자, 스트레스만 더 받잖아. 그냥 버스를 잘 못 탔구나, 종점이구나, 내려서 돌아가는 버스를 다시 타야 겠구나, 하고 돌아가는 버스를 다시 타면 그만이야. 곱씹어서 나를 괴롭히지 말자. 내 생각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내가 알게 된 건, 생각도 연습하면 연습한 대로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걱정을 하다 보면 끝없이 걱정이 늘어만 가는 것처럼, 마음먹고 끊어 내기로 하면 끊어 내는 힘이 길러진다.


처음에는 끊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자기 의심들이 끝없이 나를 공격해 대면서 끊어내지 못하게 매달리지만, 단호하게 끊어내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게 조금씩 쉬워지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되는 날이 있다. 물론 더 힘들고 더 아픈 기억일수록 끊어내는데 많은 힘과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서 끊어내는 연습을 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걱정을 불리고 불려 나를 잠식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인 것 같다.


종점에서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라는 자극도 얼마나 금방 익숙해지는지. 가장 확실하게 기분을 달래주는 것은 역시 먹을 것밖에 없다.


살다 보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은 만큼 돌아오는 게 정말 많지가 않다. 일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꿈도 그렇고. 내가 낸 돈만 큼의 만족을 주는 것은 먹을 것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나는 한창 내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오고 쳐 박혀 있었던 시절에 가끔 새벽에 집을 나와 편의점을 갔다. 천 원짜리 몇 개만 내면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 그곳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시내로 나가 야끼소바를 먹었다. 나의 무료함을 일깨워줄 만큼 어마어마하게 짠맛이었다. 정신없는 시내에서 다시금 교토 거리의 안온한 분위기를 상기하며 숙소로 얼른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는 길에 말차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으며 집에 돌아갈 때 사가야겠다고 눈 여겨보고는 시내를 떠나 내가 묶고 있던 마을로 돌아왔다.


고즈넉한 교토 마을 거리를 걸으면서 선선한 바람을 맞았다. 타박타박 걷는 발걸음 소리와 종소리, 은은한 향냄새가 어우러진 바람을 스치면서 마음이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짜증 난다고 돌아다니는 걸 포기하지 않길 잘했네. 은각사도 가보고, 해 질 녘이라 사람도 없고, 시원하고.’


저녁은 멀리 나가고 싶지 않아서 동네에 있는 규카츠를 사 먹고, 편의점에 들러 푸딩과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목욕탕이 있었는데 예약제로 운영되어 한 명씩 이용이 가능했다. 배고프고 더운 상태로 종일 길을 헤매고 지친 날이라 목욕 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온천수를 받아 동그란 모양의 나무 욕조를 채우고 따스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따뜻한 물은 기분이 좋다. 집에서 반신욕이라도 하려면 욕조를 청소해야 하는 일이 번거로워 잘하지 않는데, 그런 수고로움을 거쳐 반신욕을 하면 기분이 꽤 좋다. 반신욕을 하는 동안 책을 가지고 와서 읽으면 습기에 책이 쭈글쭈글해지는데 책이 상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때만큼은 괜찮다. 쭈글쭈글한 상태로 말라 버린 책을 보면 반신욕을 했던 기분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반신욕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을 머금었다가 말라버린 종이의 우둔한 꾸깃 거림도 좋다. 샤워를 하면서 따뜻한 물을 쐬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조금 놓이고 몸이 녹는 기분이 드는데, 목욕은 얼마나 더 따뜻한 기분이 들었는지. 귀찮더라도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인데, 알면서도 참 귀찮다. 그저 따뜻한 목욕이라도 하면 조금 나을 것 같은 지쳐버린 날에는, 지쳐버린 나머지 목욕을 할 만한 기운이 없다.


다음날은 내가 예약한 료칸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걱정 없이 돈을 쓰자고 생각하고 먹고 싶은 것 다 사 먹고, 들어가 보고 싶은 곳 다 들어가 보고 , 그러다 보니까 통장 잔고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여행이 끝나지도 않았는 데 끝나고 난 후를 걱정하면서 기분 좋지 않은 아침을 맞았다. 계속 먹어서 그런지 살찐 것 같기도 하고, 웬일인지 얼굴에 하나둘씩 나는 트러블까지 거슬리기 시작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몇 번의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여행의 끝에는 항 상 통장 잔고의 압박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여행을 다닐 때 낭비한 돈은 여행 후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힘겹더라도 뒷수습을 하는 내가 기운을 낼 수 있는 건


‘그래도 그때 좋았지. 또 가고 싶다.’


라는 작은 위안인데, 여행을 다니면서 내키는 대로 쓴 돈이 낭비가 아니라 일상을 떠나 여행을 간 그 시간을 걱정하는데 쓴 것이 진짜 낭비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내가 예약한 료칸의 가격이 당일 예약일 경우 훨씬 싼 것을 발견하고는 그 차액을 계산하며 열 내는데 오전 시간을 보내 버렸다. 일본어를 잘 아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숙소에 문의를 했지만 양해해달라는 답변밖에 받을 수 없었다. 혼자 호사를 부려보겠다는 마음에 큰 맘먹고 마지막 날의 숙박을 예약했던 료칸이었는데, 가격이 너무 차이나는 걸 보니 돈이 너무 아까워졌다. 료칸의 예약을 취소하고, 내가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 마지막 날까지 묶기로 하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친구가 유명하다고 한 카페에 가서 카페라테를 시켰다. 나는 항상 아메리카노만 먹는데 그 카페는 카페라테가 유명하다고 해서. 돈을 조금 아꼈고, 숙소 문제도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서 느긋하게 우유에 스며드는 에스프레소를 보다가 빨대로 휘휘 저어 마시기 시작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다가 첫날에 갔던 식당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첫날 갔을 땐 벙어리처럼 손가락으로 메뉴를 주문하고, 고갯짓으로 의사를 표현했는데 며칠 새 간단한 단어들은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게 되었다.


“히토리”


식당을 들어갈 때마다 ‘히토리’라고 말했다. 혼자라는 뜻의 히토리라는 단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슬픈 느낌이 들었다. 외톨이랑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가.


밥을 먹고는 쇼핑을 좀 해보기로 했다. 기온 거리에 봐 두었던 화장품 가게와 비누 가게에 가서 한국이랑 가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비교해보고 , 차이가 많이 나는 곳에서, 사고 싶었던 화장품들을 한 바구니 담았다. 부족한 영어지만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같이 쇼핑하고 화장품을 고르면서 외국어를 좀 더 잘하면 여행할 때 훨씬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 쓰면 일어났던 피부도 조금 가라앉겠지.’


나에 대한 불만도 같이 가라앉히고, 숙소에서 아낀 비용으로 싸게 쇼핑했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며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동네로 돌아가는 길에 첫날에 들렀던 기요미즈데라에 가보고 싶어 졌다. 입장은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입구에서 불 꺼진 기요미즈데라와 인적 없는 도쿄 거리를 둘러보면서 여행 첫날의 설렘이 생각났다.


‘내가 여기서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즐거워했는지 그새 까먹었구나.’


아무도 없는 밤길에 멈춰 서서 기요미즈데라를 바라보며 새삼 첫날의 그 설렘을 기억했다. 일본의 편의점은 아기자기하고 맛있는, 사 먹기 좋은 음식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어묵 바는 매일 저녁 사 먹을 정도로 맛있고 간단하게 사 먹기 좋다. 동네 편의점들을 돌아다니며 캔맥주를 종류별로 사고, 같이 먹을 음식들을 사서 숙소에 돌아왔다.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3 층에서 큰 창 문을 열어놓고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어묵을 집어먹었다.


‘얘기할 사람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까?’


조금 심심한 것도 같았지만, 그냥 혼자 맘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좋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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