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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려고 할 게 없습니다.

일주일 내내 기다리게 되는 마음 요가

by 최서연


명상 10일 차


명상과 요가, 스튜디오에서 선생님과 함께 수련






일주일 동안 기다리게 되는, 일요일 타라 선생님과의 요가.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주실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어떤 동작을 하게 될까



지난 시간의 이야기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두려움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고, 두려움을 먹고사는 아이. 그렇다고 이 에고를 싫어하고 없애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에고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그럼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지?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수용하기. 그것도 괜찮다.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 두려움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양하고, 그 두려움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최초의 두려움으로 다가가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상처 받은 내 안의 아이를 안아줄 수 있다면.






‘치다 난다.’라는 말이 있다. 치다는 마음, 아난다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만들어진 ‘치다 난다.’라는 문장은, 마음이 행복한 것이라는 뜻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의미는 ‘행복하려고 할 게 없습니다.’


‘행복하려고 할 게 없습니다.’ 라니.


선생님께서는 오늘 모든 멤버들에게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우리는 모두 그렇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과 함께 왜 그런지에 대한 대답을 이어갔다.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모두 외부에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내 안의 근원은 지복의 상태, 즉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태는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치다 난다.






한 시간 동안 온전히 나의 몸과 움직임, 근육의 느낌에 집중하며 급해지지 않으려고 했다. 이 동작 언제 끝나지? 이다음에 무슨 동작 할까? 자꾸 앞서가려고 하는 마음을 현재로 돌아오게끔 지금 내가 짚고 있는 손바닥의 느낌, 버티고 있는 내 팔의 근육들과 늘어나고 조여지며 움직임을 만들고 있는 다리의 근육들을 보려고 했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 맡아지는 냄새, 창가로 들어오는 바람.



지난 시간에 연습한 까마귀 자세를 다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세상에. 지난 시간보다 훨씬 쉽게 발을 떼고 조금씩 버티는 힘이 느껴졌다. 내가 뭘 했다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요가인데도, 나의 몸은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 오늘 문득 요가를 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몸은 나를 만나서 좋겠다. 건강하려고 노력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스트레칭도 하니 말이다. 너무 자화자찬인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매트에 뚝뚝 흘린 땀방울만큼 칭찬을 해줘도 좋겠다 싶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스튜디오 아래 카페에서 그래놀라 요거트를 사들고 따릉이를 타고 한강으로 갔다. 한강과 하늘과 구름을 보며 천천히 운동 후의 식사를 즐기는 시간. 평소에는 밥 먹을 때도 정신없이 스마트 폰을 헤집고 다녔는데, 오늘은 그냥 그 순간에 머물기로 했다. 요가하는 날만큼은 그러기로, 그리고 요가를 하지 않는 날에도 조금씩 현재에 머무는 순간들이 번져나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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