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그러나 아직 취임하지 않음.

by 황호성

작년에 모 회사에 팀장급으로 이직 이야기가 오가다가 혼자 김칫국 마시고 써놓은 취임사입니다. 언젠간 이런 이야기를 해줄 팀을 꼭 만들고 싶군요.




1. 먼저 믿어요.

전 여러분들을 믿고 시작할 겁니다. 여러분이 나를 믿든 믿지 않든 난 믿고 시작할 겁니다. 쉽게 말해서 짝사랑이에요. 사람은 믿을만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으면 믿을만해진다는 걸 믿고 있습니다.


2. 우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 조직이 다른 조직에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는 이 처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인상으로 여러분의 회사 생활 내내 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 몇 주는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여기는 집이 아니니, 돈 받고 있으니 노력해야 합니다. 누가 왜 처음부터 그렇게 힘드냐고 묻거든 이제 시작이라 세팅하여야 할 일이 많다고 얘기해주세요. 정말 그렇게 할 거거든요.


3. 분위기를 좋게 만드세요.

여러분은 UX 한다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UX 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는데 분위기가 개판이라는 건 말이 안돼요. UX업무 자체가 상대방의 이야기의 귀를 기울인다는 이야기인데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건 남 이야기를 안 듣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거든요. 다른 직업을 알아보세요.


4. 성장하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성장입니다. 행복도 중요하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니 다음에 하죠. 여러분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공이라 믿습니다. 난 여러분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내가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 무자비하게 소리 지르세요. 이 새끼 때문에 내 인생 망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여러분의 성장과 성공이 최우선입니다.


5. 일당백이 되세요.

저의 최종 목표는 여러분 한 명이 하나의 온전한 프로젝트를 맞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모든 칭찬을 혼자 가져가는 것입니다. 옆사람과 경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혼자 책임까지 지라는 얘기도 아니고요. 동료들과 선의의 도움을 주고받고 책임은 제가 집니다. 거꾸로 말해 책임 없다고 아무렇게나 하라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자유로운 여러분들의 프로젝트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세요. 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든 해결책을 줄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이야기예요.


6. 서로 도우세요. 나누세요.

신뢰는 재테크와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재테크 잘해서 부자 되고 싶잖아요. 제가 그럴 것처럼 여러분도 옆사람의 성공을 도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도움받기를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 서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우릴 도와준 것처럼 지금 옆의 사람을 도우시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내 시간을 쪼개서 도울 줄 알아야 합니다.


7. 다른 분야에서도 성장하세요.

재미있는 일은 다양하게 할수록 좋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되고 새로운 소질을 발견할 수도 있죠. 바라건대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 분야였으면 좋겠습니다. 단, 몸을 해치거나 불법은 안돼요.


8. 운동하세요.

일도, 돈도 좋고 다 좋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을 보면 건강하나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자주 봅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과 마음과 생각으로 일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세상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지금 바빠서 못하면 나중에도 바빠서 못합니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시작하세요.


9. 행복합시다. 행복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든,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하든, 내 가족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행복하든 행복합시다. 내가 행복하고, 옆사람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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