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하는 그런 것
시간을 허투루 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효율적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7월 내내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기시간이 기본 한시간인 이비인후과 진료를 매주 다녔다. 진료예약은 전화예약이 아닌 병원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예약만 가능한 시스템이었는데 처음엔 새로운 앱이 내 핸드폰 용량을 차지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들어 굳이 한시간을 대기했고, 결국 나는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약 없이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병원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병원 의자에 앉아 보낸 그 계획에 없던 시간들은 그저 버려진 허투루 쓰는 시간들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는 잊고 있던 두 달 전 읽다 만 짧은 논문을 다 읽었다. 또 지난주에는 병원 아래 있던 다이소에서 주방기구 구경을 하다가 집에 있는 요거트 재료들이 생각 나 돌아가자마자 기깔나는 요거트를 동생에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방금은 한 시간 전 미친 듯이 따라 춘 back on 74를 만든 Jungle이 casio를 만든 이들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유튜브에 그들의 이름을 검색해 그들이 영감을 받은 개쩌는 앨범도 알아냈고 그렇게 나는 지금 병원 대기의자에 앉아 여유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글까지 써버렸다.
무엇이든지 효율적으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고 긍정적인 것이 맞는가?
효율적이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올 틈까지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여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오늘이다. 사실 내가 현재 일이 없고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이기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음 아니 이것도 결국 여유로우니까 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 하며 스스로의 논리에 소름이 끼쳐버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들도 경험하기도 한다.
오늘따라 대기가 참 길다.
다음주에는 앱을 깔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