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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거창한 이유야 그냥 좋아서 하는거지.

by 돌멩

도연이에게 물었다.


필사하는거 좋아? 필사하면 뭐가 좋아?

도연이는 대답했다. 나는 원래 그냥 글씨 쓰는거를 좋아해.


도연이는 그런 친구다. 무언가를 위해, 얻기위해 또는 이루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으니까,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서 하는 사람.


한대 맞은 기분이다.


나는 필사를 왜 하고 싶었는가?

남들이 하니까 멋져보이니까 밖에 되지 않았겠지.


뭐 해봐야 알지. 그것도.

해보면 좋은지 아닌지 알거고 좋다면 그렇게 나도 필사를 하겠지.

그리고 나도 대답해야지. 그냥 그렇게 쓰는게 좋아.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목적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들 뭐 그렇게 이유를 물어보고 거창한 대답을 원하는지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그냥이지 사실. 그게 가장 큰 이유 아닌가.


나는 왜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려하지?

해보고 싶으니까. 뭐가 필요해.

응 돈도 필요하지만 해보고 싶지 않고 관심 없는건 진짜 하기 싫다.

돈 필요하고, 해보고 싶으니까지 뭐가 더 필요한가.


해외에 왜 나가고 싶은가? 그냥 나가고 싶으니까.

나가고 싶으니까 나가지 내가 왜 거창한 설명을 해야하고

설득을 시켜야 하고 왜. 왜 왜 왜 왜 그래야하니.

내 돈 벌어서 내가 쓰겠다는데.. 왜 그러니 정말..


그냥 가고 싶다고. 좋으니까 해외가 좋고

새로운 환경이 좋고 나에게 영감을 주고 환기가 되어서 좋아.


목적 같은거 없어.


아무튼 서울에 올라온 도연이를 우리 집에서 재우고 함께 서울을 구경하고 이틀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되게 재미있었다. 보면 볼 수록 귀여운 생명체이다.

정말 재밌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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