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Home sweet home.
"내일 집 계약하기로 했어."
한참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띠링-하고 온 남편의 카톡.
2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집을 팔아보려고 무수히 노력했었다. 잠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처음 든 생각.
'그럼 나 이제 어디서 살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소개를 잠시 하자면, 늘 떠나고 싶다고 외치며 적극적 매도인의 입장을 취해 왔지만 사실은 계속 눌러 앉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현재 집은 방 3개 화장실 2개 지은지 20년된 빌라이다.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집순이 집돌이인 결혼 2년차 우리 부부가 살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강남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어디에서 약속이 있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어렵지 않다. 인생의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부분은 지금도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은 큰 이유 중 하나다.
숲으로 둘러쌓인 완벽하게 조용한 위치. 가끔 요리하기 귀찮지만 외식하기는 더 귀찮을 때 잠깐 들러, 30-50만원어치 물건을 낑낑 사들고 가는 사람들 옆에서 유쾌하게 피자 하나 사먹고 올 만큼 코스트코와도 가깝다.
결혼 전 남편이 살던 집을 시어머니가 싹 뜯어 고쳐주셔서,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 새집이 되어 있었다. 인테리어는 남편과 어머니 둘이 알아서 하셨는데 회색과 흰색의 깔끔한 신혼집으로 완성시켜 주셨다.
집을 팔고 싶었던 이유는, 결혼 전 쭉 아파트에서 살 때는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불편함 때문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들인데 사실 사는데 크게 지장을 주진 않는다.
빌라여서 안 좋은 점
1. 주차장이 협소해 뒷차가 나가고 싶어할 때 밤이든 새벽이든 내려가서 빼 줘야 한다.
2.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갈 때 몇 번 나눠서 가져 와야 한다.
3. 분리수거 및 쓰레기장이 따로 없어 정해진 요일에만 쓰레기를 내 놓아야 한다.
집을 팔아야 겠다고 마음 먹은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곡선에서 빌라가 갖고 있는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