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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May 05. 2020

사랑하는 마음이 뭘까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뭔지 그런 감정들은 영영 내 곁에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연애는 그다지 하고 싶진 않지만 결혼은 꼭 하고 싶은 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연애나 결혼을 위한 노력을 하라고 주변에서 조언한다. 





2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언니가 있다. 2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던 이유는 그 언니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정쩡하게 뒷자리에서 앉아서 수업을 듣다가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정류장으로 함께 향했었다.

지금도 순진하지만 당시 갓 20살이었던 나는 기숙사 생활이어서 대학이라는 곳에 대해 전무했기에 재수생에 관한 내용도 몰랐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 보여도 나는 같이 입학한 20살이라고 다 생각했다.

20살인데 조금 세련된 20살 앳된 20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을 거치면서 동갑내기들이랑 부대끼며 있었지 한 번도 나이 많은 사람이 복학해서 학교에서 함께했던 경험이 없었으니 대학교 1학년들은 모두 다 20살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자연스레 언니에게 반말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언니는 웃으면서 '나 20살 아냐. 나 나이 많아요.'랬다.

그리고 난 약간의 충격을 먹었고. 그러면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니 덕분에 뻣뻣하고 고지식했던 나는 약간의 유연한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언니는 나를 만나면서 '어른스럽다'라고 자주 말했다. 


나는 하지 못한 사랑들

언니와 만나면서 느낀 건 '언니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조금 다르다'란 것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자격증을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나와는 다르게 언니는 대학원과 공시생 생활을 이어갔다. 뭐 거기까진 좋았는데 시험을 몇 주 앞두고 약간의 위기가 찾아왔다.

언니가 공부를 시작하니 자주 연락하지 않았고 나도 공부를 해봤기에 최대한 내가 연락하기보다 언니의 연락이 오면 받아주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다가 언니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만난 남자로 시험과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고, 그 남자에 대한 증오와 집착과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당시에도 나는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이 있었지만 어쩌면 언니의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게 사랑이야? 싶을 정도로 처절하고 외면하고 싶은 사랑에 관한 감정들을 봐왔기에 더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내가 언니와 연락이 끊겼던 것을 언니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이유는 6개월 만나서 언니의 생활을 망가뜨리는 남자에 더 중심을 두고 결국에는 나를 놓쳐버리는 언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누군가의 감정적인 쓰레기통이 아니었다. 언니의 실연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받아주는 것도 스스로에게 한계가 왔다. 

예전의 누구보다 빛이 나던 언니였고 자존감이 높던 언니였는데 그런 언니가 짧은 시간 만났던 사람 하나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에 나 또한 힘들었다.


초반에 뭣도 모를 때에는 언니에게 말했었다. 그런 사랑앓이를 겪는 언니가 부럽다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앓는 마음을 경험하는 것이 부러워 보였다. 나는 누군가와 헤어지고 절절한 마음으로 있어본 적이 없고, 애틋하게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둔 적도 없다. 그저, 헤어진 마음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이면이 저런 거라면 사랑을 왜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랑은 스스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사랑에 관해서 스스로를 생각해보니 이 일화가 생각이 났다. 언니의 사랑으로 인해서 내가 생각한 사랑의 모양에 더 많은 회의감을 갖은 건 사실이었다.

나에게 언니의 모습들이나 언니를 대하던 그 남자의 행동들이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 연인관계, 부부관계도 많은데 나쁘게만 끝나버린 관계들에 내 마음과 의견을 내어주는 게 사실이다. 좋은걸 생각해도 모자랄 시간에 나쁜 측면으로만 일을 바라보고 흡수하는 나였다. 내 관계도 좋은 내용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으니깐.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은 쉬워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그 간 몇 번의 남자 친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에게는 쉬운 사랑이 나에게는 낯간지럽고 어렵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온전하게 주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그 감정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보니 잠식당할 것 같아 무섭다.

게다가 나를 감당할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관계 발전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니깐 남들이 내 연애에 더 많이 걱정하고 신경 쓰고 조언하고 감 놔라 배 놔라 말해주지만 가장 어려운 숙제 같은 내용이다. 그런 애정 어린 이야기들을 들은 휴일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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