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하게 영어는 나에게 어려운 숙제이지만,
영어를 무서워한다고 고백하는 글을 쓴 뒤 시간이 흘렀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영어와 씨름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덕분에 퇴근 후에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생활을 하며 영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내고 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다고 마음먹고 전화영어를 부랴부랴 시작했다.
더 확장해서 테드 강의를 인쇄해서 해석하며 단어 공부를 했다.
근데 테드로 하다가 생각보다 정형적이고 어려운 내용에 약간 싫증이 날 때쯤, 팝송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고, '앗! 저걸 해석해보자!' 하며 팝송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노래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이것저것 시도는 하고 있는데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 확 들었다. 그래서 문법책을 한 권 구입했다. 내 인생에 문법은 딴 세상 이야기 일 줄 알았는데 회화에만 직진한 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더 많은 학구열이 생겨 과외를 지도하는 언니에게 문제집을 추천받서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화영어를 하나 더 늘려서 주 5일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더 최근엔 영어 어법 책과 회화책을 4권이나 구매했네. ^^;
지난 두 달간의 내용이다.
장황하게 나열된 이 내용들의 결과는 완벽한 영어 구사여야 하겠지만, 사실 아직도 외국인 선생님 앞에서 'Is it right?'이라며 내 말에 확신 없이 되묻는 말을 한다.
여전히 내 입에 현재 완료 과거완료 현재 진행형의 완벽한 문장들은 달라붙지도 않고, 조동사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사실 영어공부를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부푼 꿈이 있었다. '조리 있는 회화를 해보자!'
근데 너무 크고 대담한 목표는 현실과는 너어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고, 금세 '뭘 위해서 내가 지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라는 무의미한 마음만 남게 되었다.
해외를 나가서 살 것도 아니고,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친구가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언어 공부에 목을 매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지 스스로 물었다.
그 물음은 어째서 12년의 교육기간 동안 나는 영어 하나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했나.라는 의문도 생기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본 어떤 사람은 중국어를 6개월 만에 원어민 수준으로 마스터했다고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의 원칙들과 행동들을 알려주었는데 그 댓글에 '당신이 중국어로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 믿겠다'라는 답변이 줄을 이어 달렸고 곧이어 어떤 사람이 링크 하나를 업로드해주었다.
실제로 그가 중국어로 언어를 6개월 만에 마스터할 수 있는 강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진짜다'라는 반응을 보았다.
다시 돌아가서 6개월 만에 마스터한 그 사람을 보고 자괴감이나 자격지심이 들진 않았다. 다행이었다.
대신에 난 어떤 마음가짐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이 시점에 되물어 보고 있다.
영어는 공부하고 있지만 목적의식이 없으니 슬슬 나의 공부방법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시작도 거창한 이유로 한 게 아닌데 시작과 다르게 늘어져가는 마음에 짜증도 난다.
'하기로 했잖아. 하던 중이잖아. 해야 하잖아' 라면서 스스로에게 목적은 없어도 할당량은 채우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도 목적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가 왜 영어를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왔고.
주변에서 권유도 있었지만 그 당시 무기력한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 보여 시작한 일이었던 게 생각났다.
퇴근하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엎어져서 마음을 놓는다는 게 자기 전까지 그러고 있는 하루의 일과였다. 그런 내가 싫어서 뭔가 시도해보자 했고, 당시 영어 공부의 권유가 잘 맞아떨어져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목표는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시간을 축내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던 마음이 컸다.
그런 내가 싫어서 시작했던 일인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목표의식을 찾게 되고 그게 딱히 생각나지 않으니 다시 나태해지려는 말하자면 요요현상처럼 되돌아 가려는 성질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목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다시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팬에게 소녀시대 태연은 말한 게 생각났다.
'무언가를 하지 말고,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 인생의 정답은 없어요. 사소한 거 하나를 하더래도 대신 그건 정했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무언가 원하는 감정. 예를 들면 성취감이라면 성취감, 안정감, 등등 또는 아늑함 등등 본인이 원하는 감정은 있을 거 아냐. 인간이니깐. 난 노 감정이에요 지금 소울리스 예요 라고 해도 그러면 감정이 없는 대로 즐겨봐요. 그러다 보면 이거 싫어!라는 감정이 생길 거야 그러면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겠지. 그러면서 하나하나 해 나가는 거예요'
'사실, 감정을 하나 정해서 그거에 도달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예를 들어 성취감, 무언가를 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것. 저는 성취감을 느끼는 게 제 목표였어요. 큰 목표였는데 거기서 점점 줄여나가기 시작했죠.
과연 무얼 해서, 어떤 걸? 일단 오늘 하루의 성취감을 느껴보자! 그러려면 뭘 해야 하나. 집안 청소를 시작해서 조금 더 발전적인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면 서점에 가서 관심 가는 장르의 책을 읽고 궁금한 거를 해소하는 방법도 성취감이 생긴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고 무기력한 마음들에 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거창한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나 목적을 두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목적과 이유가 없으면 맥 빠진 풍선과 같이 쉽게 형체를 잃어버리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감정과 하루에 무언가를 채워 넣었다는 성취감 같은 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어떤 큰 이유들로 내가 시작한 영어를 포장하려 하지 말고, 이유가 없으면 없는 대로 목표가 없으면 없는 대로 꾸준하게 영어공부를 다듬어가려 한다.
없는 목적을 있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보다 목적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 당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시작을 했는지 초심을 되살펴보며 당시에 변화되길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켜가면서 하루를 보내는 방법도 대단한 목적 없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