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리바 Feb 18. 2020

어쩌다 내가 영어를 무서워하게 된 걸까?

너무 억울하지만 시작해보련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내가 또 일을 벌였다.


'넌 신년 계획이 뭐니?'

어색한 점심시간이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었다. 대뜸 2월이 돼서야 회사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계획?' 내 머리에서 별다른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다. 매년 다짐하는 신년 목표들은 한 달도 못 채우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일수였기 때문에 나는 매년 오는 신년에 다짐을 하진 않는다. 나에게 필요할 때면 '하자!' 하며 진행하는 편이지 거창하게 마음을 다잡아서 시작하진 않는다.


그렇게 거창한 시작을 두지 않고 시작한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오래가진 않았지만 중국어, 피아노, 미싱. 그나마 오래간 것 중엔 수영, 스쿼시, 헬스 또한. 글을 쓰는 것도. 나름대로 진행 중이다.


계획이라는 말은 나에겐 익숙지 않는 단어다. 여행도 계획 없이 가고 하루도 계획 없이 사는 난데.

그저 나의 삶은 나의 즉흥적인 이끌림에 의해 불쑥 진행되게 만든다.



'영어를 좀 해. 우리가 해외에도 이제 일을 하면 통역 없이-'

뒷 말은 필요 없었다. 불쑥 찾아온 건 그날이었다.

 그 날 나는 '영어공부'에 꽂혀서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자극받는 일이 거의 없이 살다시피 하는데 회사에서 두 분 정도가 나에게 동기유발을 하도록 말을 한다. 한 분 덕분에 책을 읽게 되고, 대표 덕분에 덜렁대는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면을 배우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즉흥적인지. 너무나 매력적이야. How attractive is It!

결국 꽂혀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작심 삼일로 끝낼까 봐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결제하고 레벨테스트를 받기까지 ‘괜히 했다’ 싶었다.


나의 영어 능력치는 해외에 나가면 대화는 된다. 어렸을 때 문법보다는 회화 쪽으로. 머리를 쓰기보다 입을 쓰는 삶을 살아서 말을 하는데 듣는 데는 주저함은 없다.


그러나 공부를 마음먹고 잡고 하려니 적어도 12년 넘는 시간동은 어떻게 공부를 했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책 앞에서 막막했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하나씩 문장을 듣고 따라 하며 시작은 하지만 조급함에 의심만 많아진다.


예전에 자격증 공부할 때도 아는 문제도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하루하루 발전해나간다. 하루하루를 이렇게 공부로 쌓으면  나은  좋은  원했던 결과를 맞이할 거다하며 욕심을 버리고 엉덩이 붙이며 문제 풀었던 시간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딱히 방법은 없었다.

문제 풀고 기본서 읽고 또 문제 풀고 반복하고.

이렇게까지 공부하는데 모르는 나는 진정한 머저리 인다가 싶을 정도로.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방법도 까먹었지만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과거의 내가 하기 싫어서 외면했기 때문에 지금 해야 하게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영어를 독해할 때 긴 문장의 해석을 어려워하는 나 자신을 투영하게 되었다. 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내가 해석하지 못하는 긴 문장이 되는 거겠네. ㅎ...ㅏ 언어의 세계란... 하며.)



일단 영어를 시작했다. 계획 없이 불쑥.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솔직히 레벨테스트를 받기 전까지 나는 내 정확한 레벨을 인지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영어권에서 살 이유도 앞으로 없을 거 같고, 회화만 조금 되면 되지. 싶었는데 그 마음 자체가 잘못되었다.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객관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보길 원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기피하는 스스로가 보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의 상태가 더 최악일까 봐 사실 나는 무서웠고 그렇기에 영어를 공부하는 걸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태의 나를 끌고 평생 가고 싶지 않았다. 난 그간 나태했고 나태한 걸 알면서 방치했다. 방치하면서도 지난 29년간 철 은 없었어도 미친 듯이 열정적으로 살았으니 안식년을 갖자...라는 합리화를 했다. 그건 진짜 쓰레기 같은 생각이지.


어쨌든 레벨테스트를 끝내고 첫 수업 너무 긴장하며 어버버버 거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당연한 건데 억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적어도 나는 15년 정도의 시간을 영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은데 어버버 하는 멍청한 내 모습을 마주하자니 안 억울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앞으로 더 잘하면 돼. 하는 애매한 위로보다는 오늘 몇 강 해야 하지. 몇 페이지 해야 하지.라는 게 더 위로다 되는 요즘이다.


사실 공부하다 보니 끝이 없다. 정말 끝이 없다. 시간이 훌쩍 흐른다. 뭘 했나 싶을 때가 있는데 공부했던 단어가 다른 내용에서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몰랐던걸 알아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사실 언젠가 생각했던 거였다. 물론 게으르고 나태한 내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침에 7시 일어나서 영어를 공부하구 성경을 읽구 스트레칭을 하고. 계획을 세워보지만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 ‘... 10분’ 또 알람이 울리면 ‘+10’ 이러면서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일어나서 자책한다. 그런 일상이 반복이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웬걸 점심형 인간이었다. 잠자는 숲 속의 인간이었고. 나태함에 한없이 나를 내어준다.


산으로 내용이 가는 거 같은데 요지는 영어 공부는 모두 그렇듯^^* 일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게 마음속으로 바라고 바라는 일이다. 나 또한 그랬고.

그래서 시작했을 뿐이고 너무 큰 욕심으로 멀리 있는 것을 쫒으려 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욕심에 앞서서 포기하지 않는 내가 제발 되길 바라본다. 스스로를 달래가며.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모두가 지금 마음속에 계획 없이 세워뒀던 막연하게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을 꺼내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하기 싫지만 그 마음을 이기고 할 때 능력치가 올라간다고 한다.

마음속에 하고자 하는 것 하나씩은 품고 살지 않나.

그렇기에 즉흥적이게. How attractive it is!!!








작가의 이전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님비현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