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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May 12. 2020

가끔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부끄러운 모습도 내 모습이야

최근에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발견한 모습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너 꽤 괜찮은 사람인데?' 하며 칭찬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칭찬 속에서 스스로 정말 괜찮은 사람인 줄 착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아니라 주변의 평판(?)도 들어보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하지만, 괜찮은 나의 이면을  까 보면 나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잘 포장하여 난 괜찮은 사람! 이라며 합리화하고 괜찮은 면만 바라보면서 착각하고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어떤 게 정답 일진 모르지만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언젠가 마주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난 사람을 쉽게 사귀는 편이다. 사람과 대화할 때 별다르게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굉장히 짓궂어서 장난도 치고 농담도 잘하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이 단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분위기를 크게 주도해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주도해서 주목받는 장점이자 단점도 있기도 하다. 나에게 말하면 뭐든 화제가 되고, 재미있고, 내가 반응을 해주니깐 가벼운 말들을 나에게 던질 때가 참 많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좋은 게 좋은 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받아치고 수긍하고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상대방이 보기 언짢게 또는 불편해질 정도로 지나 칠 때가 있다.

받아주는 한계가 없다 보니 상대편에서는 무례함에 대한 선이 없어지고, 그런 선을 구분 못한 채 던져지는 말들을 나는 다 받아주고 있었던 거였다. 사실 나는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 장난들, 농담들 속에서 피곤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겼다.

어느 날은 주변에서 '네가 진짜로 착한 거야. 나라면 화냈을 거야.' '나라면 정색했을 거야' '얘가 착하니깐 다 받아주는 거지...'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착하지 않은데 주변에서 나에게 던져주는 장난들에 오히려 언짢았던, 불쾌했던 반응들을 나에게 말해주니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았던 걸까 몰랐던 걸까


그 말을 들은 이후에 나는 그런 장난들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짢고 불편한 기색을 내기 시작했다.

잘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가짜 웃음으로 대응한다거나 눈을 피하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거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벼웠던 장난과 농담들이 정말로 내가 참았던 걸까? 아니면 그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확실히 그렇게 자각을 하고 나니 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댔다.

그래도 분위기를 뒤집고 싶지 않아서 짜증은 내지만 장난스럽게 짜증을 냈고, 상대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최근에 내 말이 들어지지 않거나 내 말을 지속적으로 태클과 되받아친다 싶으면 장난스레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기 일쑤였는데 어떤 날은 나에게 밀려드는 모든 반응들에 대해 짜증이 나버려서 생각보다 격하게 터졌다.

이런 내 모습에 웃어넘겼던 주변인들이 당황스러워했다. 

쉽게 뜨거워지는 내 마음과 머리에서는 매 상황상 황마다 내가 느끼는 무례함과 불편한 감정들이 많았는데 상대편에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보면 하나하나 태클 건 것을, 하나하나 내 말에 말꼬리를 잡으며 되받아 치는 장난들을 이야기하는 건 되려 내가 쪼잔하고 소심하게 보여서 말하기 어려워졌다.


가볍게 농담으로 왔다 갔다 거렸던 대화 내용들 속에서 나를 언짢고 불쾌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많았다. 근데 뭉뚱 하게 '쌓여서 기분이 나빠서'라고 답하기엔 내 마음만 앞서서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되리어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러워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조금만 더 참을걸. 조금 더 지켜보고 생각해볼걸.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들이 금세 부끄러운 감정으로 뒤엉키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었었다.



난 꽤 괜찮은 사람일까?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우리는 다시 화기애애 해 졌지만 화끈거리는 얼굴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 속에서 살아온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 온화하게 모두를 받아주고 수긍해주고 따뜻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내 모습이 더 크단 걸 마주하게 되니깐 창피하고 속상하고 어렵고 이제야 만난 내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받아들여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난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쿨하게 그래 이것조차 나라는 사람이고,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는 마음이 어려워진다.

겉으로는 밝은 척 허허허 허 웃어댔지만 속으로는 자책하며 실망하고 스스로를 크게 꾸짖고 있었다.

이런 마음들은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다급하게 질문을 해보지만 쉽사리 뜨거웠던 감정은 줄어들지 않고 자꾸 되새김질하면서 부끄러운 기억만 배가 되게 만든다.


그날 저녁 생각해보니 나는 앞만 보며 달린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을 많이 겪어보았다고는 하지만 내 적정 선에서만 마주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사람과의 얕은 관계는 쉬우면서 깊은 관계는 어렵고 깊어질수록 허둥대는 내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마주한 적이 없고 마주했어도 이런 상황이나 생각들을 한 적이 없으니 나는 그냥 쿨한 나로서 착각에 빠져 자라난 거 같다. 뭐든 잘 대응하고 대처하고 유쾌하고 여유 있고 그렇게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우위에 있으며 착각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서 내 모습이 한껏 누구보다 우위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나는 사람을 대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문제는 잠시 쉼을 얻게 된 거 같다.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해서 무궁무진하게 모른다.

'처음 보는 나'라는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처음 마주해야 할 내 모습들이 있는 건지 생각이 된다. 쿨하지 않지만, 그나마 쿨해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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