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헐레벌떡의 간극

생각 스케치_이직 후 첫 출근날의 표정

by After lunch

손끝이 시렸다.
첫 출근날, 생각보다 훨씬 추운 아침이었다.


협의된 입사 시간은 오전 9시.
지각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 속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몸을 녹이기로 했다. 마침 건물 1층에 커피숍이 있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직원이 말했다.
“드시고 가실 거면, 방문자 기록 남겨주세요.”
순간 ‘아, 세상이 또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먹는 일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대다.


컵을 손에 쥐었지만, 커피는 뜨거웠다.

20분 안에 다 마실 수 있을까 싶었다. 적당한 온도라는 게 참 어렵다. 5분쯤 지나서야 입술을 대어도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래도 한 모금에 “앗 뜨거!”를 외쳤다.


내 잘못이다.

내가 hot americano를 시켰으니 누구를 탓하랴.

순간, 괜히

‘warm americano를 만들어라!’는 생각이 스쳤다.


시계를 보니 8시 41분.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면 15분 전에 도착할 수 있다. 20분은 너무 이르고, 10분은 간당간당하다. 15분이라면 적당히 긴장하면서도 시간을 지킨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계산해본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변수를 간과했다.
지난번 면접 때는 10시 출근이라 여유로웠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오늘은 정식 출근 시간. 엘리베이터 앞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5분만 더 일찍 나올걸…’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 헐레벌떡이며 들어갔다. 첫날부터 모양 빠지는 건 싫었는데, 뭐… 괜찮다. 아주 약간이니까. - -;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본부장님과의 짧은 면담이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업무를 맡을지, 최적의 배치를 회의 중입니다.”
그렇게 나는 오후 2시 30분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대기 중’이다.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체계적인 건지, 아니면 즉흥적인 건지 헷갈린다.
윗분들의 회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밑에선 누구도 묻지 못한다.


회의실 한 켠에 앉아 있다가, 기술팀의 빈자리로 옮겼다.
혹시 누가 “너 누구야?”라고 묻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뭐라구요? 여기서 컴퓨터를 써야 한다고요? 아… 네, 저쪽으로 옮기겠습니다~”
이런 상황만 피하면 다행이다.


나는 이번에 비교적 높은 직책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첫날의 대우는… 뭐랄까, 쿨한 건지, 준비가 안 된 건지 애매하다.

출근 전 계산했던 커피의 온도와 시간은 치밀했지만, 회사의 첫인상은 어딘가 느슨했다.


이게 첫날의 풍경이라니.
그래도 괜찮다. 시작은 언제나 조금 어설프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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