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마음을 가진 존재들에게
쉽지가 않아. 변하지 않는 것을 주고 싶었는데.
익히 사랑한 대로 불변하며 한계 없는 마음이고 싶었는데. 심간 광막한 곳의 부품을 하나 빠트린 모양이지. 수리가 필요해. 다행인 점은, 이제 누구보다 신속하게 알아차릴 만큼 견문을 넓혔다는 사실. 그 시간의 자취가 안도와 번뇌를 동시에 불러와. 단일한 향을 가진 사람이고 싶었어. 이토록 다채로운 취향을 갖고도.
올려다보는 눈이 특히나 사랑스러워. 어지러운 우주를 홀로 독파한 듯 대담하고 작은 소성이 예뻐. 진작부터 내가 품은 그림은 그런 모양인지도 모르겠어. 삶은 언제나 격동적인 변화를 동반하지. 실낱 같은 순간에도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야. 아직도 이만치나 기회가 많아. 당분간 읽지 못한 활자들, 기력이 나지 않아 유예한 평안들이 거기에 있어. 인용을 해 볼까.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는 지금 무얼 얻고 있는 걸까요?
사고가 손쓸 수 없이 엉켜 배출구를 아예 닫다가도 무심코 타인을 이해하는 찰나가 중첩된 하루를 보냈어. 영문도 모르게 낙하한 심경은 나조차 생경할 정도로 복잡다단해. 이럴 때는 옛말이 좋지.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그러나 곤란한 상황입니다. 약사와 의사가 너무 멀리 있다면 어쩌란 거죠. 십리 길을 다 처걷다가 죽게 생겼네. 그러므로 자가 치유를 믿어 보는 수밖에. 나는 나를 분석하고 헤집고 파헤치기를 선호하는 사람이야.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고 자기애와 인류애가 공존하는 존재. 생득적인 회복 탄력성을 양분 삼아 스무 살까지 살아냈잖니. 나를 믿는 나를 믿어.
의심과 불안과 출처 모를 초조가 파도의 포말처럼 눈에 밟히지. 어쩔 수 없잖아. 격통은 한 번에 시달리고 깔끔하게 아무는 편이 옳아. 하필 지금이 회복기일 뿐이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것. 눈 안의 모래처럼 껄끄럽고 도무지 잊히지 않는 것. 그래서 이따금의 밤마다 머리맡을 괴롭히는 것. 사실은 이따금이 아니라 잦게. 그때 나한테 왜 그랬을까. 무슨 마음이었어? 나를 보고 그렇게 웃을 때마다….
어렵지 않게 배워서 다행이야. 건강하게 나를 일으키는 방법 같은 것들. 첫 번째, 신체를 잘 달래서 운동을 시킨다. 둘째, 선호하는 음악을 고른다. 셋째, 차가운 물을 맞는다. 넷째, 좋아하는 향을 가득 채운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다스릴 줄 알아야 해. 그건 나를 갉고 접는 가장 큰 압력이거든. 그 상태에 내가 오래 갇히지 않길 바라. 아까운 청춘을 허비하지 않길 바라….
사랑한 것들과는 언젠가 이별한다는 사실이 슬프지?
망가진 파편으로도 살 수가 있대. 망가지면 망가진 대로 살면 되지. 관성처럼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지. 사실은 관성이 없어도 괜찮지. 부서진 것들이 전부 내 이름이지. 원하든 원치 않든 불변한 건 없어. 모든 건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어. 그게 왜 난 이렇게 슬프지. 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지. 말하고 싶었어. 사실은 어떤 모양이든 괜찮으니까 쭉 내 곁에 있어 달라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이 이상 뭘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을 잡으려다 망가져 버렸어. 놓기 싫었거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기억이든 환경이든 간에. 한동안 내가 소유격을 붙일 수 있던 모든 것들을. 왜 잃고 나서야 돌아볼까. 왜 잃기 전부터 잃을 미래를 걱정하지. 후회만큼 나한테 어색한 단어가 없었는데.
이별하고 싶지 않아. 인연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내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이어지고 싶어. 인연이 무거운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내 가치를 존중하는 표현들이 좋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고 싶어.
가장 아끼는 단어는 사랑. 발음할 때 입매가 길게 늘어나면 더 좋지.
수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저점이 극히 낮아 붕괴됐어도 완성 이후는 더 높은 곳에 도달해 있을 거야.
기억해, 이 우주의 너만을 사랑하는 존재가 수도 없이 많아. 그중 제일은 단연 나라는 걸. 잘 웃고 회복하는 데에 집중해. 의연해지는 순간이 올 거야.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 내 모든 것을 내가 긍정해.
그러므로 매일의 잠자리에 사랑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