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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퇴사 후 2개월, 창업 팀에서 구르며 느낀 것들

창업은 이런 건가?

by 안정빈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지 어느덧 거의 4년이 되어 갑니다. (이런..)

첫 글이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 좋은 피드백을 받아 정말 뿌듯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다음엔 뭘 써야 더 나은 가치를 드릴 수 있지? 고민하다보니 다시 글을 쓰기가 참 막막하더라고요. (이런 웃긴 완벽주의가 있는지.. 완벽주의에 대해서는 다음에 꼭 다시 다루기로 하고..ㅎㅎ)


그래서 이번 게시물부터는 가볍게라도, 글이 짧더라도, 빈도 높게 경험을 정리하고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아래 글은 2024년 제게 있었던 큰 변화를 담아 얼마 전 링크드인에 업로드한 글인데요, 링크드인이 좀 더 SNS 형태를 띄고 있어서 소통하기엔 더 좋더라구요. (링크드인에서 저와 연결되고 싶으신 분들은 이 링크로 들어와주세요~)


경험을 정리해서 나눈다는게, 나눌 만한 경험이 맞는 것인지 검열하게 되면서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응원들을 여럿 접하며 용기 내어 다시 글을 써 보려 합니다. 모쪼록 제 경험이 많은 분들께 닿아 또 다른 용기를 심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토스 퇴사 후 2개월, 초기 창업 팀에서 구르며 느낀 것들


꽤 안정적이었던 토스를 떠나, 공동창업자로서 작은 창업 팀을 꾸렸습니다. 마치 커다란 배에서 내린 후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온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흐른 2개월 간 겪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간단히 나눠보려 해요.


토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프로젝트를 짚고 넘어가자면 그래픽 AI 제너레이터 ‘토스트’ MVP를 직접 만들어본 일이었는데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토스처럼 사랑받는 제품 속 그래픽으로 유저 분들께 다가가는 경험은 참 설레고 뜻깊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제 심장을 가장 뛰게 했던 건 ‘유저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바닥부터 만들어본 순간이더라고요. 물론 이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건 토스의 정제된 그래픽 톤 덕분이고, 또 그래픽을 만드는 프로젝트였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죠. 어찌 되었든 이 경험은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제 자아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또 다른 자아가 더해지는 값진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시장에서 아이디어와 가설을 검증하고, 실제로 동작하는 MVP를 만들어보고, 일단 실행해보면서 성공이든 실패든 저만의 경험치로 쌓아가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꿈만 꾸던 도전을 막상 시작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2개월 동안 매일같이 부딪히며 크게 깨달은 점을 간단히 세 가지로 뽑아 봤어요.



1.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롤을 해내야 한다.


이전엔 그래픽 디자인에 관련된 고민을 하고 그래픽을 제작하는 일이 주 업무였어요. 제너럴리스트인 저로서는 기획, 인터랙션, 브랜딩.. 이 모든 분야가 합쳐지는 경험에 관심이 많아 저의 큰 갈증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요. 반면 초기 팀의 큰 특징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많은 롤을 담당하는 거죠. 그렇게 카피라이터가 되고, 마케터가 되어 광고도 세팅해보고, ux를 설계하고 ui를 그려보고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고.. 변화해야 하는 역할이 끝이 없어요.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하고, 항상 결과물이 완성되는 경험을 하게 돼요.


2. 기록하지 않으면 방향성을 잃게 된다.


창업가로 일하면서 장착한 0순위 습관은 기록이에요. 첫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한 일들과 느낀 점, 보완할 점 등을 필기로 남겼어요. 안 그래도 가이드 없이 정글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인데 길을 잃을까 두려웠거든요. 내가 왜 그 결정을 했었는지, 왜 이 일을 기획했는지, 왜 이 일이 잘 안됐는지, 앞으로 어떤 기대되는 일들이 그려지는지. 글의 깊이가 어떻든, 길이가 어떻든 손으로 기록을 하면 어떤 러닝이든 남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3. 동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충돌이 필요하다. 다만 그렇기에 팀이 된다.


제품에 그 누구보다 많은 애정을 쏟아 주체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은 공동창업자가 모이면, 생각보다 많은 충돌이 발생합니다. 왜냐면 그 누구보다 내 일이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으니까요. 충돌의 이유는 사실 분명해요. 각자의 전문성과 시각이 조금씩 다르고, 서로가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서로가 끊임없이 설득하고 되짚어보면서 오히려 더 단단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지금 우리가 이 방향을 택하는 게 정말 맞는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를 서로 쉴 새 없이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각자의 강점이 역할하며 하나의 팀이 되어 있더라고요. 결국 ‘충돌이 없는 평화’보다,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부딪히며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팀을 성장시킨 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세 가지를 매일같이 체감하는 지금, ‘창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설레고 동시에 무겁게 느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인생에 단 하나 뿐인 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요. 이 점들이 이어질 미래를 위해, 앞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더 촘촘하게 기록하고 나누려 해요. 혹시 비슷한 경험이나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은 팀에서 일하다 보니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늘 궁금하고, 좋은 자극을 서로 나누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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