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은 무해하기도 하다 <내게 무해한 사람>

by 수평



이 책은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다.

지금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소설을 읽고 있는데 .. 문득 작년 초에 읽었던 이 소설이 떠올라서 그때의 감상평을 찾게 되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진,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또 여러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모든 문장의 표현이다.

표현 하나하나가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많이 남는다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나는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모래로 지은 집





여기서부터, 책을 다 읽은 당시에 썼던 감상평이다.


책의 에필로그
이들의 감정이 어떤 조건도 걸지 않는 순연한 것인 만큼, 그것이 어긋날 때 이들은 더 깊이 서로를 베며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모순. 조건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던 상대에게 결점이 드러나고, 드러내는 순간 여지없이 떠나기를 선택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다.

정말 그들은 조건 없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내 아려오던 이 책은 나비가 날개를 파닥이듯 얇게 흔들리는 마음의 무늬들을 그려냈다고 표현한다.

그 얇고 섬세한 감정들에 내가 얼마나 많이 무너졌었는지는 몇 번이고 맺혔던 눈물들이 말해주었다.


따뜻함의 이면에는 서늘함이 자리한다고 했던가.

엔딩은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으로만 구분 지을 수는 없다고 작가는 나를 향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애매하고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하던 책이 더 깊숙이 침투하는 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너무 뜨겁고 차가운 스토리는 판타지라 부르던가.



그럼 이쯤에서 다시 한번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군가의 '나' <Boy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