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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21. 2018

"내가 경험한 첫 번째 직업"

- 고구마 장사.

내 나이는 현재... 서른을 조금 넘긴 숫자다. 생각보다 다양한 직업을 거쳤고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직업을 경험하려고 한다. 누군가가 보기에 아직도 내가 방황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더 많은 직업을 경험해야만 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최근에 페이스북을 통해 한 여성을 보았다. 그녀의 나이는 30이었지만 아직도 그녀는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30번째 생일을 맞는 그해 30가지의 직업을 체험해 보기로 작정하고 관심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실천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나도 한 가지 결심이 생겼다. 나라에서는 2년간 근무 시에 적금을 부어줄 것이라 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찾는 여행을 하고자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가 경험해 보았던 일들을 먼저 돌아보기로 했다. 그 첫번째는 바로


고구마
장사 되시겠다.

때는 거슬러 10여전으로 올라간다. 나는 나의 수능성적이 몹시 좋지 못함을 알고(나는 이유없이 공부해야 하는 국영수가 싫었다.) 수시성적에 맞추어 수시에 합격한 상태였다. 지금도 그렇고 그 당시에도 그렇고 알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가기이전까지 내가 쓸 용돈이라도 벌어볼 요량이 생겨 어떻게든 일을 해보려 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일할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께 돈을 빌려 고구마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고구마 드럼통 중고로 구매하는데 20만원가량. 아버지의 도움으로 일단 드럼통을 구매할 수 있었다. 고구마통도 생겼고 고구마가 필요했다. 농수산물 시장에서 호박고구마, 밤고구마 물고구마를 택했다. 자재가 생겼으니 이번엔 땔감이 필요했다. 땔감은 근처 공사장에 찾아가 버려지는 나무들을 모았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개시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고구마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박고구마가 맛이 더럽게 없었다. 밤고구마는 퍽퍽한 쌀떡을 먹는 기분이었고 물고구마는 드럼통에 들러 붙었다. 이래서는 장사를 할 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최상급 고구마를 찾기 시작했다. 고창에서 온 고구마... 나주에서 온 고구마... 제주도 고구마 하여튼 내가 사서 구울 수 있는 모든 고구마를 구매했다. 그리고 나에게 천사가 찾아왔다. 바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천마산 고구마가 그 천사였다.



적당한 물기와 최상의 맛을 자랑하여 죽썼던 1일차보다는 조금 매출이 상승했다. 근처에 경쟁상대가 없어서 독점에 가까워 제법 짭잘하게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를 보고 있던 1주일즈음... 좋은 자리는 다른 놈들도 알아본다고 했던가... 경쟁자가 생겼다.


그들은 어리게 생긴 남자 한명인 나와는 달리 '남성 2인 + 여성 2인' 4인조로 구성된 경쟁자들이었다. 나는 길목에서 장사중이었는데... 그들이 '뙇' 입구 앞에서 버젓이 호박고구마를 팔고 있는게 아니던가?! 지금같은 시기였다면 무척 화를 냈었겠지만 4:1이었고... 둘 다 노점이라 내가 막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경쟁업체가 생기니(?)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 매출이 급감하는 것처럼 날씨도 영하권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래위를 아무리 두텁께 입어도 손발이 얼어 붙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죽쑤고만 있을 순 없었다.



기지를 발휘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당시 나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도중 얻어 걸린 마케팅 방법이 눈에 걸렸다. 방법은 단순했다. 마트에서 시식용을 손님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고구마 장사에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미끼용 작은 고구마들과 판매용을 함께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액션을 취했다.


고구마 한번 드셔보고 가세요~



처음에는 뻘줌했지만... 여기서 입구 앞에 있는 놈들을 이기려면 뻘줌함을 버텨야 했다. 버티다 보니... 작전이 먹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고구마가 맛 자체가 괜찮았고 경쟁업체보다 맛이 좋다고 칭찬일색이었다. 게다가 젊은 청년이 고구마를 파니 하나 사가야겠다고 하시는게 아니던가... 


나는 그저 미끼를 던져 분 것이고... 손님들은 그 미끼를 문 것이었다.


결국 경쟁업체를 운영하던 친구들은 2주가 못되어 자리를 떴다. 호박고구마 자체가 당도도 떨어지는 상품이라 상대가 되지 않았고 미끼 상품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주었다. 그해에 커다란 대박을 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 2달간의 생활비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첫 번째 직업은 '고구마 장수'가 아니라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나는 CEO였다. 


물론... 시간이 흘러 대학생활의 시작으로 인해 더 이상 고구마를 판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때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용기와 바로 적용하고 움직일 수 있는 행동력을 선사해 주었다.


  우리는 주변의 소리에 쉽게 휩쓸린다. 이게 중요하다 저게 중요하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너무나 많은 충고소리와 장애물로 시작조차 못하고 내 아이디어조차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는 주변 소리가 들리든 말든 내 인생의 꿈을 꽃피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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