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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Oct 26. 2018

IT 업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왜 우리는 억압당해야 하는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0260600125

  IT업계에서 근무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고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한국 IT업계의 피라미드식 하청구조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업무를 요청하는 원청업체가 1차 하청업체에게 다시 2차 하청업체로 다시 3차로 이어지는 하청업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3차를 넘어간다고 했을때 나는 이 자체로 심각성을 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에게 영업과 알랑방구를 뀌어야 하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오늘 경향신문에서 발간한 기사를 보니 특히 프리랜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을 보니 2차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던 여성 프리랜서는 계약연장을 위해 술자리를 가졌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2016년, 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2차 하청업체의 임원이 죽음을 맞이한 여성 프리랜서 장씨를 호텔로 데리고 가려 했다. 자세한 정황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내려다가가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됐다. 유족들은 성폭행을 시도하는 것을 피해 도망가다가 실족한 것이라 주장했다.


  정황만 놓고 보더라도 "계약"을 빌미로 성폭행을 시도한 것이 맞다고 판단이 선다. 내가 생각한 기사의 중요한 요점은 '불합리한 피라미드'구조와 썩어문드러진 기업문화가 가져온 불행이라는 것이다. 1차부터 - 5차까지 이어지는 말도 안되는 하청구조로 인해 프리랜서로 채용되거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초죽음이 된다. 그리고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인 경우 강도높은 노동은 물론이고 위 사례처럼 갑질을 당한다. 사람의 생사 여탈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욕망과 배를 불리는 수작들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을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젊은 청춘들을 뼛속까지 갉아 먹으려는 기업들의 횡포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을 뒤적거려보니 이와 연관적으로 작성된 또 다른 기사가 있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260600095&code=940702&utm_source=dable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라고 말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다 세상이 이런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수 많은 IT업계 종사자들은 야근과 특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고 회사는 그런 돈을 줄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무엇이 실질적인 문제인지 고민을 해보았다. 하청업체의 실질적인 문제는 사실상 납기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청업체에서 제공하는 급여는 생각보다 큰 수준이 아니다. 그 급여를 5개의 업체가 나눠 갖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무리하게 납기일을 맞추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IT업계의 특성상 투입되는 자재라고는 사람의 인건비밖에 없다. 사람의 노동력만 투입되면 다른 것이 부가적으로 투입되지 않는다. 인건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짧은 납기일 내에 가장 적은 인원을 투입하여 일을 끝마치면 된다.


  그러니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든 프리랜서건 밤을 세워서 일을 하도록 종용하고 압박한다. 아예 집을 안보내거나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한 직원과 프리랜서들은 어찌됐건 약자의 입장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들은 '나도 죽겠다.'는 헛소리를 내뱉는다. 


https://brunch.co.kr/@hosueng/91


  사장이 헛소리를 해대는 이유는
CEO가 리더가 아닌 착취하는
악덕상인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불합리하고 말도 안되는 구조에 갇힌 IT 관련 종사자들은 우울증이나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쉬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니 당연하게 발생하는 결과다. 심각한 경우 장시간 노동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다니던 회사를 연거푸 그만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나마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불합리한 집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야근은 물론이요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당연시 여기는 기업문화가 문제였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생사여탈권을 쥐고 마음대로 흔드는 악덕상인들이 그저 재수가 없었을뿐이다. 그 댓가가 조금은 내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두려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람답게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인생이 고작 200만원을 받기 위해 삶의 절반 이상을 악덕상인들에게 저당잡혀야 할 이유는 없다. IT업계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는 꽤나 비관적인 예측을 할 수 밖에 없다. IT기업문화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어떻게든 종사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가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으로 능력 있는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혹은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업종임에도 타 업종으로 빠져나가고자 할 것이다.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은 바램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고용주들에게 전한다. 제발 좀 기업문화를 쇄신하라고 말이다. 적어도 돈을 못주겠다면 야근, 특근, 철야라도 없애는 노력을 하셨으면 한다. 어찌됐건 회사라는 집단도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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