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잡남 Jun 08. 2019

아버지와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남성들의 경우 베이비붐세대를 살아오신 아버지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이유는 아버지 세대도 그 이전세대로부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들을 사랑하더라도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야말로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시기를 젊을 때 보내왔고 시간이 흘러 다른 세대들로 자녀들이 성장한 것이다.


  나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23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가 목수로 일하시는 현장에서 약 한 달간 막노동(?)을 하면서 그 미움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었다.


  한 달 정도 일을 해보니 아버지께서 왜 매일같이 술을 드셨는지 전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일단 일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고 위험하고 술기운 없이는 일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나의 친할아버지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아본 기억이 없으셨다. 아버지도 자녀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 지 어떻게 해주어야 할 지에 대해서 알 수가 없으셨다는 과거를 듣고 아버지가 어떤 면에서는 가엾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이 지났고 아버지께서 나이를 드시면서 점점 온화한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하셨다. 고혈압과 당뇨가 생기시면서 거의 술을 끊게 되시면서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으셨다. 또, 함께 떡볶이를 팔고 그 이후에가족 모두가 떠났던 여행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게 되면서 아버지와 내안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든 시간들을 지내고 보내면서 아버지라는 남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외로웠을지 깨달았고, 다른 것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과 미션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 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남자로서 목표를 이루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처럼 아버지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왠지 후회하기 싫은 마음에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누나와 아버지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나서 샤워를 한 다음, 나와서 '사랑한다'고 짧게 말씀을 드렸다. 그 말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가득 들었다.


  내글을 읽는 사람들 중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추억을 만드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안의 상처들이 아무는 것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을때 '사랑한다'는 이야기도 잘 못한다. 그리고 그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잊고 산다. 그러다 옆에서 사라지면 그때서야 슬퍼하고 펑펑 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당신안에 생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협상가를 위한 '감정 수업', 분노와 신뢰의 행동경제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