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6편 사람이 살아가는 몇 가지 조건

feat. 의, 식, 주가 아니라 노동, 식, 주가 중요하다.

by 투잡남

사람이 살아가는데 몇 가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식주다. 내가 다윈에 도착했을때 '의'는 이미 있었으니 문제가 없었다. '식'은 어떻게든 식빵과 라면으로 때우면 됐다. 3일에 한번 꼴로 통닭을 먹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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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였다. 지금이야 환율이 850원 언저리인만큼 그다지 비싸지 않다. 당시에는 하루 숙박료가 36불인데 환율이 1300원꼴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켓에 빵구가 나는 수준이었다. 그런 와중에 노동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 똥줄이 안탈수가 없었다.


그래서 백방으로 일자리를 알아보아야만 했다. 동시에 숙소도 구해야만 했다. 일자리의 경우 면접을 기다리는 동안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다윈한인사이트에 뒤적거려보니 카페알바가 있었다. 일단 지원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3일간 무급이란다. 그리고 나서 결정해주겠다는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단 기회가 잡혔으니 큰 문제는 없을터였다.


두 번째로 집의 경우는 머물고 있던 칠리스 백팩커에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했고 그냥 지나가다가 인사해서 친구가 됐다. 잘지내냐는 친구의 이야기에 나는 '쉐어하우스'를 찾고 있다고 했다. '오 그래?'라면서 번호를 건네주더라. 이 친구가 쉐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니 한번 연락이나 해보라고 말이다. 전화를 걸었고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검트리에 수많은 집들이 올라와 있다. 연락을 해서 방문한 집들도 있었지만 약쟁이들이 모여 있는 집같은 곳도 있었고 집이 맞나 싶은 노후화 된 곳들이 수두룩 빽빽이었다. 그 와중에 연락처를 얻어서 방문하게 된 집은 아파트였고 나름 시설이 괜찮아(?) 보였다. 침대에서 정체불명의 벌레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찌됐건 집을 구했고 카페 무급(?)경험의 날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 출근했고 반갑게 인사했다. 아침밥 먹으러 카페에 엄청난 손님들이 몰려왔다. 나에게 포스기를 알려주었고 이래이래 하면 된다고 지시를 해주었다. 어느 카페였는지 말은 하지 않겠지만 내가 여태껏 봤던 주방 중에 가장 더러웠다. 그리고 어찌나 눈치를 주던지... 하루 알바를 마치고 깨달았다. 여긴 일해서는 안되는 곳이구나라고. 그래서 하루만에 스스로 그만두었다.


그렇게 씁슬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침대에 거무튀튀한 벌레가 있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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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베드버그인가 싶었다. 베드버그에 물리면 엄청나게 가렵다던데 그렇지는 않았다. 단지 내 침대에 개체수가 많았고 점차 집에 머물면서 개체수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집이 생각보다 지저분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걸까. 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배도 고프고 해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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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스파게티를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없었지만 센스를 발휘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연성해 내었다. 어찌저찌 집이라도 구해서인지 주거비 걱정은 안해도 됐다. 그러나 아직 일자리를 구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노동에 대한 갈급함(?)은 해결되지 않음을 철저히 느낀 순간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워홀이든 취업비자든 가장 중요한 건 의식주가 아니라 '노동','식','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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