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야 깨달은 ‘직장’의 소중함
이 돈 받고 일할 바엔 프리랜서 하는 게 낫겠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하는 생각이죠.
만약 내가 프리랜서라면 일한 만큼 벌고, 세금도 원천징수 3.3%밖에 안 떼는데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할까?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회사를 다니면서 받고 있는 혜택이 월급만은 아니라는 걸요.
이번 글을 통해 프리랜서 혹은 사업을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알려 드리고, 직장인들에겐 회사를 더 열심히 다녀야지 ! ^^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직장인 시절, 마음만 먹으면 평일에 교통비만 쓰고 살 수 있었어요. 왜냐? 회사에서 점심&저녁 무료로 제공해주고 아침은 천 원만 월급에서 공제하면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었거든요. 또 회사에 커피 머신이 있어서 음료도 해결, 회사 건물에 비치된 간식 머신에서 굉장히 저렴하게 간식도 먹을 수 있었고요. 회사 화장품도 분기별로 신청할 수 있었어요. 피복비도 따로 나와, 성과가 좋을 땐 인센티브도 빵빵하게 나왔죠. 여러 가지 호사를 많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집에서 일을 하니까 물도 커피도 다 내 돈 주고 사 마셔야 하고, 밥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해요. 펜 하나를 사더라도 제가 직접 사야 하니 알게 모르게 지출이 많아지게 되더라고요. 전기세, 수도세도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나와요. 아마 직장인이지만 자주 재택근무하시는 분들은 명세서를 보시면 공감하실 거예요.
그리고 퇴사하고 나니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4대 보험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어요. 이제까지는 회사와 내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를 반반 나누어 부담을 했다면 프리랜서는 지역가입자로 분류가 되면서 보험료 부담이 올라가는데, 처음 명세서를 받아보고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도 무시 못하는 비용이에요.
직장인일 땐 너무 당연해서 몰랐는데, 사소하게는 사무실 전기세라든지 회사 책상, 컴퓨터도 다 회사에서 저 대신 내주는 비용이었더라고요. 직장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은,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복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들어도 아는 좋은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은행 가면 대출이 비교적 잘 나올 거예요. 저도 회사 생활할 때 전세 자금 대출이나 신용 대출받으러 가면 왠지 모르게 사원증이 빛나게 느껴지더라고요. 회사의 신용이 좋을수록 회사 주변 은행에서는 기업 대출 상품도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대출받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반면,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 신분이 되면 은행에서 대출 상담받을 때 굉~장히 초라해집니다. 내 앞으로의 소득을 보장해줄 방어막이 없기 때문에 정말 대출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대출이라는 게 내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줄 회사나 담보 물건이 있어야 돈을 빌려주는 거잖아요? 회사를 다닐 때는 나의 신용을 회사가 증명해줍니다. 그래서 우대금리라든지, 마이너스통장, 신용카드도 연봉 정보, 재직증명서와 재직기간 정보만 있으면 수월하게 받을 수 있죠.
근데 프리랜서는 이 돈 갚을 능력을 증명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사실 저도 다음 달에 어떤 일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 수입을 예측하기가 어렵거든요. 만약 프리랜서가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 퇴사 후 일했던 회사들에서 원천징수 영수증이나 위촉 증명서를 하나하나 받아서 내가 이런 곳들과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증명해야 하는 등 회사원에 비해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아요.
만약 직장인 분들 중 퇴사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받을 수 있는 대출이란 대출은 모조리 알아보시고 땡겨(?) 놓는 걸 추천드립니다.
제 실제 경험담인데,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하고 급하게 자금 회전이 필요해서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문의해본 적이 있어요. 2020년 연말 당시 사업 소득과 연봉을 따져도 2천만 원(한도)도 못 받더라고요. 아모레 다닐 때만 해도 한 4천만 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마통은 빚이라는 생각에 쳐다도 안 봤던 게 그렇게 후회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전세 자금 대출이나 기타 신용 대출 등 대출이 살다 보면 꼭 한 번은 필요한데 프리랜서 신분으로는 참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은 프리랜서가 늘어나면서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는 점!
예시로 신한은행은 비정규 프리랜서 등 긱 워커들의 근로 데이터를 활용해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신한 급여 선지급 대출’을 작년 12월에 내놓았고요. 또, 요즘 카카오 뱅크나 토스 뱅크처럼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해요. 2020년 기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3.6%인 380만 명이 프리랜서이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니 프리랜서에게도 대출의 길이 열릴 거라고 믿고 싶네요 :)
제가 프리랜서로 전향해서 일하는 초창기에는 '나 혼자 벌 수 있을 정도로만 일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양보다 일이 많이 들어오거나 혹은 나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보면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낼 수 없을 때가 와요. 그럴 때 일을 줄여야 할까요? 아니죠. 그때부터는 내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서 업무 영역을 확장시켜야죠.
즉, 내 시간을 돈과 교환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저도 아직은 정직원을 채용하진 않고, 프리랜서 분들에게 건마다 작업을 의뢰하는 긱 경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긱 경제: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적으로 계약을 맺고 고용하는 경제형태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월급을 받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누군가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되면 또 은근히 지출에 대한 압박이 생기더라고요. 또, 내가 일한 만큼 백 퍼센트 내 수입이 되는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프리랜서 1년 동안 하며 알게 된 진짜 꿀팁을 알려 드리면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 인건비 항목이 절세에 크게 들어가는 부분이라 이런 것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적절하게 사람을 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더라고요.
평생 혼자 일할 수 있는 업무를 하지 않는 이상, 인건비도 무시 못하는 비용이라는 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 정말 무시 못해요. 지출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사회생활 시작할 땐 중요하잖아요. 휴대폰 요금이라든가 월세라든가, 기본적으로 월마다 내가 써야 하는 고정비를 계산을 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적금을 넣거나 투자를 할 수가 있죠. 프리랜서가 되니까 이 부분이 정말 크게 느껴지는데요. 프리랜서는 월말이 되거나 정산이 안 될 때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메꿔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마다 ‘아~ 회사에서 내 노동에 대한 대가로 몇백만 원의 용돈을 챙겨줬구나'라고까지 생각이 되기도 한답니다? 현재와 비교하자면 참 안정적인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운 좋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난다거나 할 때가 있잖아요. 제 경우는 해외 출장이었어요. 해외 출장을 한 번도 못 가는 직무도 있지만 제 경우엔 글로벌 프로모션/교육이라는 직무 특성 때문에 밥먹듯이 비행기 타고 다니고 평생 가본 적 없는 나라/도시에 여권 도장 찍으러 다녔어요. 그 덕분에 해외에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출장 중 동료로 만나서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는 해외 인맥도 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하게 세상을 봤던 경험 때문에 늘 해외에서 어떻게 내 일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만약 혼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과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혼자 일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게 인간관계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정~말 사람들을 질리도록 많이 만나게 되잖아요? 물론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동료이자 동시에 적이고(?), 가십거리이자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요. 회사 다니면서 사람 스트레스가 가장 크잖아요?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라고 어느 팀에 가든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꼭 하나씩은 있는데(하나면 다행이겠습니다) 혼자 일하다 보니 그것도 그리울 때가 있더라고요. 네, 배부른 소리죠.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사람들과 부딪혀가면서 일하는 경험도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결국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인맥이 되어서 저는 프리랜서 생활을 자리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라이브 방송 쇼호스트 일을 하게 된 것도, 아모레 다닐 때 교육하던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분이 연락을 주신 거고, 저의 마지막 회사 생활을 했던 스타트업도 전 회사에서 모시던 팀장님이 대표였거든요. 프리랜서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회사 생활을 하며 홀로서기의 기반을 튼튼히 만드는 게 중요하고 무엇보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다 나에게 일을 줄 사람들이다!라는 태도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신입사원 때를 돌아보면 좋게 말해 당돌했고 나쁘게 말하면 싹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납득이 안 가는 지시를 받으면 상사한테 받아치곤 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특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많이 다듬어진 거 같아요. 혼자 대표로서 일을 시작했다면 위에서 나에게 쓴소리도 하는 사람도 없고, 경험치가 없어서 놓치는 것들이 분명 있었겠죠?
회사생활을 하며 하다못해 가볍게 메일 쓰는 방법이라든가 다른 팀 사람들, 광고주들을 대할 때의 업무 매너도 배울 수 있었고요. 여러 사람들과 몸소 부딪혀보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무례한 사람들을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있었어요. 내 능력 밖의 일도 어쨌든 돈 받았으니까 울면서 어떻게든 해내면서 커리어 적으로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꼰대 같은 말로 들릴 까 봐 조심스럽지만, 지금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다, 하시는 분들은 이게 나에게 챌린지이자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해보면 회사 다니는 태도가 좀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직장인 생활하면 늙는다, 프리랜서 최고라고 외치다가 너무 급격한 온도차인가요?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는 직장인이었던 시기 덕분에 지금의 프리랜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꿈꾸시는 분들은 프리랜서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직장 생활을 남들보다 더 잘하고 그만두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본인만의 생각도 자유롭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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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wan_issuer 리 그램 하러 찾아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