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생활 3년 차, 장단점 솔직 비교 8
안녕하세요, 디지털 노마드 3년 차 션대리입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한 적은 없지만 퇴사 후 1인 기업으로 생활하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 스타일로 살고 있더라고요. 디지털 노마드의 뜻부터 한번 짚고 글을 시작하자면,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장비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
아무래도 회사로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이머가 이에 해당되죠.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디지털 노마드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디지털 노마드가 제가 생각했던 만큼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3년째 디지털 노마드로 집에서 일하고 먹고 노는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솔직한 장단점을 얘기해 볼게요.
아모레퍼시픽에 다닐 때 저는 현장에서 메이크업을 시연하거나 혹은 직원들을 교육하는 직무이다 보니 일하는 장소가 늘 정해져 있었어요. 예를 들면 중국 시안(지역명)에서 메이크업 쇼가 있으면 3박 4일 동안 행사장과 숙소만 왔다 갔다 해야 했고, 베트남에 BA(Beauty Advisor = 매장 직원) 교육하러 가면 교육실이 제가 일하는 장소였어요.
저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현장 위주의 근무 환경이 어느 순간 답답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장소에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19년도 트레이닝 일정으로 싱가포르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디지털 노마드를 '맛보기 체험'하게 됩니다. 출장 일정을 끝낸 후 혼자 이틀을 싱가포르에서 보내게 됐는데, 한창 이직 뽐뿌가 가득할 때여서 개인 노트북을 들고 이력서를 쓸 곳을 찾다가 센토사섬 해변가의 맥주집에 들어갔어요. 한참 링크드인 프로필을 수정하고 있는데 문득 해변에서 맥북으로 이력서를 쓰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는 거 있죠. 내가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가 이런 거였어! 싶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했던 시기였기에 ‘아, 이런 삶도 되게 좋구나’ 정도였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현재 저는 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기획안을 만들거나 재무 관련 일을 하는데요. 이 업무들은 집이든 카페든 고향 집이든 장소에 상관없이 노트북, 아이패드, 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이 일이 가장 좋은 건 한 곳에 갇혀 있지 않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전에는 출퇴근 거리 때문에 너무 좁다거나 빛이 잘 안 들어온다거나 하는 등 컨디션이 안 좋은 집에 살았다면 이제는 교통이 좀 불편해도 좀 더 넓고 채광이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기기도 했죠.
코로나 이후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재택근무를 시행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직장인 분들도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는데에서 오는 장점을 조금씩은 경험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경험해보니 어떠셨는지 여러분의 생각도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무래도 회사원일 때는 길게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이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노마드가 되니 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해서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작년 연말부터 '서울 떠나살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숨 막힌다 싶을 때 부산에 있는 누나 집에 가서 일주일 정도 지냈어요.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후에 로이 데리고 산책하러 해변에 가고, 가족들이랑 시간도 보냈죠. 현재는 내 베이스캠프가 수도권이지만 나중에 서울을 떠나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내 일터가 터키도 될 수 있고 태국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일 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죠.
또, 가-끔 여행사에서 팸투어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요. 회사원 시절에는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내가 일하는 시간,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으니 이런 제안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도 디지털 노마드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만 이건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태생적으로 굉.장.히 나돌아 다니는 사람이라서 집에만 있으면 실제로 몸이 답답하고 아파요. 한 곳에 매여 있는 것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디지털 노마드가 정말 잘 맞을 것 같아요.
조직생활은 어쩔 수 없이 상하 관계가 생기고 맞춰야 할 사람이 늘 있잖아요.(요즘에는 후배들 눈치도 봐야 하죠?) 저 역시 6년간 조직생활했었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눈치 보며 맞춰야 할 상대가 없으니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수명이 연장된 느낌이랄까? 저는 K-사회생활에서 벗어났습니다! 도비 이즈 프리!!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되고 '아, 너무 행복하다' 생각하는 순간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운동 시간을 자유롭게 잡을 수 있는 거, 두 번째가 아침 햇살에 자연스레 눈 뜰 때에요.
평소에 저는 웬만하면 알람을 안 맞춰놔요. 커튼을 안 쳐놓고 살아서 아침에 햇빛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눈을 뜨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땐 알람에 깜~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이제는 아침 스케줄이 없으면 굳이 알람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요. 아침부터 깜짝 놀라면 심장에 무리도 가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디지털 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일을 다 끝내 놓으면 나머지는 다 내 개인 자유시간이라는 것! 평일에 웨이팅 없이 친구와 맛집도 갈 수 있고요. 은행 업무도 언제든지 볼 수 있어요. 또, 일하는 공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꼭 한국이 아니어도 내가 돈을 벌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의 삶이 굉장히 매력적이죠. 사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듯이 행복한 생활 속에서도 여럿 단점들이 공존합니다. 지금부터는 단점들에 대해서 적어볼게요.
가장 큰 단점, 쫄.린.다.
안정적인 월급이 없다는 게 얼마나 살 떨리는 일인지 실감하고 있어요. 직장인들이 맨날 퇴사를 입에 달고 살지만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 중 큰 부분이 월급이잖아요. 정-말 감사하게도 2021년에는 매달 수입이 일정하게 잘 나왔지만 2022년 2월에는 유독 일이 없었던지라 살얼음이 이런 거구 나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회사를 다시 들어가야 하나, 영업을 뛰어야 하나 오만 생각을 하다가 주변 프리랜서(크리에이터)들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위안이 됐던 게 “일희일비하지 말라”였어요.
그 이후로 쿠크다스 마인드를 바꿔 먹기로 했어요. 코로나 확진자도 늘어났던 때였고, 올림픽 이슈도 있었고 또 2월이 일수도 짧잖아요? 여러 이유가 겹쳤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 한 달이었습니다.
제 MBTI는 엣티제, 경영자예요. ESTJ 종특일 수도 있지만, 저는 계획적으로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서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어요. 어쨌든 제가 일을 찾아서 하는 만큼 고스란히 내 수입이자 결과물이 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늘 발전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눈 뜨고 자기 직전까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 한구석에 있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이게 엄청 큰 스트레스나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성향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맡은 일만 잘 끝내면 되지 새로운 걸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9시부터 6시까지만 일하고 여가시간을 가지는 걸 선호한다면 내 업무량과 업무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디지털노마드 생활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나도 요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강아지랑 누워서 미드 보는 게 너무 좋더라..)
회사생활 싫다, 싫다 해도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정도 들고 같이 일을 하는데서 오는 전우애 같은 게 있잖아요. 디지털노마드 삶을 살면서 팀워크 같은 게 그리울 때가 있더라고요.
윗사람 눈치 보며 사회생활할 필요 없이 원하는 사람만 만나는 건 너무 편하지만 어쨌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류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과 연락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기도 하고, 작업실을 친구와 셰어하면서 서로 죽진 않았는지 체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 그마저도 제가 거주와 작업 공간을 합치면서 그마저도 없어졌네요. 구피들이랑 잘 살고 있지, 내 친구?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히 내 생활의 모든 비용들을 내가 감당해야 합니다. 사무실이 없으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 가서 일해야 하는데 식비나 커피값도 모이니까 만만치 않더라고요. 숨 쉬고 물만 마셔도 나가는 돈이 생겨요. 작업실이 꼭 필요하냐 묻는다면 아니긴 해요. 프리랜서 생활 3년 째인데 집에서도 일이 잘 되는 편이에요. 그래서 최근 이사를 하며 작업실에 제 짐들을 집으로 싹 가져오게 된 거예요. 저는 씻고 나갈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외부 비용을 줄이려면 집에서 선풍기 틀고 냉수 마시면서 일하는 수밖에..
이렇게 제가 디지털 노마드로 3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솔직하게 얘기해보았는데요.
사실 제 입장에서 느끼기엔 단점이 그렇게 큰 단점 같진 않은 것 같아요. 장단점을 말하긴 했으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찾아 즐기고 있고요. 제 성향에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과 프리랜서로서 하는 업무가 잘 맞는 거고, 또 이 생활이 누군가에겐 정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거죠. 직장인 분들도 마냥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보다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직장인,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프리랜서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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