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대리 Jul 21. 2022

내 첫 직업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대기업퇴사 #아모레퍼시픽퇴사 #메이크업아티스트

안녕하세요 90년생 션대리입니다. 오늘은 저의 회사원 커리어의 시작이었던, 진짜 '대리'시절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는 아모레퍼시픽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입사해 5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었는데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있냐고요? 답은 YES입니다. (현재 기준) 채용 공식 홈페이지에 ‘SINGULARITY CAREERS’에 가장 먼저 뜨는 직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요.


제가 어떤 일을 담당했는지 최근 채용 공고를 보면  번에 와닿으실 것 같아요.

첫 번째, 브랜드 메이크업 행사  : 고객 메이크업 컨설팅 / 랜선 메이크업 행사

두 번째, 컨텐츠 제작 : 메이크업 컨텐츠 제작 / 브랜드 라이브 방송 진행

https://job.incruit.com/jobdb_info/jobpost.asp?job=2203030001361

제가 주로 했던 업무가 메이크업 행사였어요. 아모레 제품을 사용해서 고객님들 메이크업을 해드리고 시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해외 프로모션이라든지, 해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트레이닝하는 일까지 더해서 했습니다.

우선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직업 자체가 화려해 보이잖아요. 누군가를 가꿔주는 일이고, 매번 수많은 사람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무대에 오르는 일을 했어요. 또 어쩌다 보니 해외 프로모션이라는 업무도 맡게 돼서 자주 해외로 출장을 갔었습니다.

한동안은 모~든 게 좋았어요. 사실 신입 나부랭이가 꿈도 못 꿀 일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디올이나 샤넬, 바비브라운, 맥 같은 외국계 뷰티 브랜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어느 정도 체계가 정해져 있어서 매장 근무를 최소 3년 정도 근무하고, 내부 심사를 거쳐야 메이크업 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편이거든요. 근데 제가 입사할 당시에 아모레퍼시픽은 그런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정말 운이 좋게 신입인 제가 메이크업 쇼에 서는 기회를 갖게 된 거죠.

심지어 입사한 2015년이 K뷰티 호황기였어요. 2015년도 4월 1일에 입사했는데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장품 시장을 휩쓸던 때였어요. 막말로 혓바닥을 화장품이라고 내놔도 팔릴 정도로 뭘 만들어도 빵빵 터뜨리던 시기였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우주의 기운이 나의 후광으로 작용하던 시절이었죠.

그 당시 만나는 지인마다 너 요즘 잘 나가더라, 대단하다 그랬어요. 지방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갔지, 입사하자마자 중국이며 싱가포르며 해외 출장 가는 사진 올라오지, 주변에서 “야 너 진짜 대단하다" 하면서 되게 부러워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때 다~~ 빛 좋은 개살구야!!! 외치고 싶었답니다?

아모레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던 게 지금의 션대리를 있게 한 중요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크게 까고(?) 싶진 않으나 분명 아쉬웠던 점도 있었거든요. 아모레퍼시픽을 퇴사한 주된 이유이기도 했고요. 제가 5년간 느꼈던 아쉬운 점을 크게 두 가지로 얘기해보려 합니다.


1. 직급 차별(=연봉)

음, 이건 예민할 부분일 수 있지만 제 이야기니까 어디까지나 제가 겪은 걸 바탕으로 얘기해 볼게요.

저는 우선 아모레퍼시픽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입사했는데요. 아모레에서는 일반직 직군이랑 전문직 직군을 나누어서 따로 채용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모레 일반직은 공채, 연구원, 경력직으로, 일반 사무직이라고 보면 돼요. 그럼 전문직(전임직) 직군은 뭐냐?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뷰티 강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글 첫 부분에 언급했던 채용 사이트에 소개된 ‘Singularity Career’가 전문직 직군이에요. 초대졸이신 분들도 지원이 가능하고 전형 절차가 일반 직무와 다른 편입니다.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전문 직군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 4학년 1학기에 취직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취뽀했을 당시엔 너~무 기분이 좋았죠. 취업 준비 기간 없이 졸업 전에 취업했으니 우선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취업 준비해왔던 걸 정리해서 서류를 넣어봤는데 엥 한 번에 붙었네? 그게 한국 뷰티업계 1위 대기업이네? 그렇게 얼떨결에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거예요. 정말 운이 좋았었죠.

전혀 고민 없이 입사를 결정했는데.. 계약서를 적으러 간 날! 띠용~!

연봉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턱없이 작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계약 연봉'으로 적혔던 게 2,500만 원 정도였어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모레 내에 여러 가지 급여 체계와 복지 등으로 겨우겨우 영끌해서 입사 첫 해에 4천 만원 초반은 받았던 거 같아요. 기본급, 성과급, 인센티브, 출장비, 품위유지비라 불리는 피복비 등등 말 그대로 회사에서 받은 모든 돈을 긁었을 때 4천이었고요. 이것도 아모레가 잘 나가던 시절이니까 가능했지, 시간이 지날수록 초반에 받았던 연봉이 오르기는커녕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항공사 승무원의 연봉을 기본급에 수당을 더해서 계산하는 것처럼, 아모레도 기본급보다는 성과급의 비중이 컸던 회사거든요?(17년도 부터 연봉 체계 변경됨) 근데 2017년에 사드 이슈가 터지고부터 성과급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제가 계약 연봉이 적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연봉이 해가 갈수록 오르는 게 아니라 줄어든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 연봉 부분이 훗날 이직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어요.


2. 일반직 아래 전문직

제가 이직을 생각했던 두 번째 이유 역시 전문직 직군으로서의 한계를 느껴서였는데요. 확실히 회사 내에서 일반직 직군과 전문직 직군 사이에는 벽이 여실히 존재했어요. 보이지 않는 벽 아니고 보.이.는.벽.이요.

사실 저는 취업 준비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몰랐거든요? 그래도 한국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다 아는 화장품 회사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입사하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입사했는데, 생각보다 처우나 대우는 그렇지 못했어요.

우선 현실적으로 전문직 직급 중에는 팀장을 단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였고요.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팀을 이끄는 사람도 일반직이었고,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강사팀 다 포함해서 팀장단 사람 은 한 두 명 정도였거든요. 입사할 때만 해도 아모레 뽕에 차서 ‘나만 잘하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거야’하고 진짜 영혼을 바쳐서 열심히 했었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깨달은 거죠. ‘아,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승진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고 큰 조직의 구조는 쉽게 바뀔 수 없겠구나.’ 결정권자가 아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었어요. 어차피 내가 노력해도 구조를 바꿀 수가 없는데, 그럼 내가 돈 받은 만큼만 일해야지, 라는 직장인 마인드가 점점 제 몸에 쌓이더라고요. 그런 나 자신이 싫어서 이직을 준비하게 됐어요.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몸 담았던 회사가 객관적으로 좋은 곳이었고 저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알아차리기 힘든 제 직업의 어두운 면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고요.

이렇게 아쉬운 점들을 회사 이름도 당당히 밝히면서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말 회사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퇴사할 때도 박수받으며 떠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때 함께 일했던 회사 사람들이랑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요. 회사에 있을 때 모시던 5~10년 이상의 상사들이 요리조리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해주셔서 광고주님으로 연락을 주시기도 해요.(이게 정말 개꿀. 감사합니다.) 지금의 제 프리랜서 생활의 기반이 된 인적 네트워크도 첫 회사에서 만들게 됐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경력도 쌓을 수 있어서 저는 아모레라는 커리어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직장인 분 중에 디지털 노마드나 프리랜서를 생각하고 있다면 좋은 경력을 쌓고 인간관계 잘 다져놓으시라고 꼭 얘기하고 싶어요. 결국 내가 회사에서 했던 일과 만난 사람들이 혼자 설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많은분들의 도움으로 빛 좋은 개살구씨(=션대리)는 자기 일을 너무나도 잘하고 있고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거나,

회사에서 차별당하고 있다거나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당장 나오세요!!


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단점이 아주 분명한 일이라도 겉이 번지르르하다는 건 결국 남들에게 보일 땐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는 걸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더 깨닫고 있어요. 그러니까 내 현재나 과거의 직업이 어떻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시라! 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자신의 재능을 찾고 열심히 일한다면 분명히 성장할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션대리 구독도 잊지 말아 주세요 :)


*개인 경험을 통한 주관적인 의견일 뿐, 일반화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을 캡쳐하여 인스타 스토리에 올려주세요.

@shawn_issure 태그해 주시면 리그램하러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공포증이었던 내가 글로벌 무대에 서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