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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Jul 13. 2023

운동을 같이 하면 그 사람이 보인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취미로 탁구를 즐긴다. 일주일에 두 번 저녁시간에 2시간.

4월부터 시작했으니 한 타임을 끝내고 두 번째 등록을 했다. 

코로나로 폐강이 되면서 한 동안 탁구를 못하다가

다시 시작하게 되어 요즘 탁구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번 달에 신입 회원 3명이 들어왔다. 첫 등록 때 그 낯섦이 기억되어서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같이 하자며 이끈다. 

초보때는 누구도 아는 체를 잘 안 해주고 공 한번 못 쳐보고 구경만 하다다 가는 날이 많다.

신입. 초보의 설움(?)이다.

적극적인 성향이거나 실력이 출중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그런 낯섦과 설움을 잘 견뎌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흥미도 잃고 포기하게 된다.

6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한 분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 그리고 말이 좀 많은(?) 남성이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여성분에게는 언니라고 불러주며 '탁구시작 아주 잘하셨다. 용기 있다' 칭찬도 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친정엄마도 10여 년 전에 탁구를 시작해서 84세인 지금도 게임을 하면 누구도 이길 수가 없다.) 

회원들과는 초면이라 얼굴도 분위기도 낯설고 라켓을 처음 잡아보거나 수 십 년 전 잡아본 것이 

전부인 왕초보 회원이다.


회원은 세 부류는 나뉜다.

1 그룹은 탁구를 오래 쳤고 실력도 중간이상이다. 

   몇 분이 1그룹인데 주요 멤버가 있고 그들끼리 게임을 한다. 초보는 감히 끼지도 못한다. 

   가끔 연습 파트너가 필요하거나 몸 풀기를 할 때 불러주면 감지덕지다. 

2 그룹은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를 않고 5분 남짓한 레슨만 받는 회원이다.

   초보자에겐 가끔 알려주기도 하는데..  아는 체를 너무(?) 해서 좀 껄끄럽다.

3 그룹은 게임하고 즐기러 오는 부류다. 

부부 세 쌍이 회원인데 한 쌍은 완전 초보로 열심히 레슨도 받고 함께 연습을 한다. 부부가 함께 오니 다른 연습파트너가 필요하지 않다. 항시 준비된 파트너가 있으니까.

또 다른 한 쌍은 레슨은 하지 않고 무조건 게임이다. 오자마자 게임이다.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같이 게임하자고 한다. 

'남편 분 성격이 참 좋으세요. 탁구를 잘 치든 못 치든 잘 어울리셔서 좋은 것 같아요.'

아내 분께 은근 남편 분 칭찬을 했더니 흐뭇해한다.


탁구를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왕초보(?)는 아니라 게임만 하는 부부와 복식 게임을 자주 한다.

어제도 게임을 하는 중에 레슨 순서가 되어서 다른 신입분들에게 같이 하시라고 했다.

여자 네 분이 게임을 하던 중, 언니라고 부르는 여성분이 자기는 안 하겠다고 인상을 쓰면서 나왔다.

아마도 상대방이 자신을 향해 스매싱을 날린 거라고 오해(?)를 한 것인지, 공이 잘 맞지 않아서 속상해서 

그러는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한다. 함께 하던 다른 분들도 민망해하고 순간 분위기도 망가졌다.

결국 조금 있더니 어느샌가 가버렸다.


스매싱을 날렸다고 찍힌(?) 여성분이 하소연을 한다.

"공을 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자기한테 공을 세게 날렸다면서 가버리시네요. 좀 민망해서.."

"오해하신 거겠죠. 초보라 공이 잘 안 맞으니 속상하신 것일 수도 있고."

애써 위로하고 다독였지만 두 분이 서먹해질까 살짝 염려도 된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집문서 걸고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비슷비슷한 수준인데.. 웃고 즐기면서 하면 되는 것을.

건강 챙기고 즐겁자고 운동하는 것인데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있을까.

회사 다닐 때는 테니스동호회 회원이었다.

운동할 때 유독 승부욕이 강한 분이 있다. 그 분과 복식조가 되면 그날 경기는 더 안된다. 

심적 부담만 크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혹여 실수해서 점수라도 잃으면 바로 얼굴에 표시가 나고, 고함을 질러대니 주눅이 들고 실수가 더 나온다.

부족한 실력마저 발휘가 어렵다.

같은 팀이 안되기를 바라지만. 같은 팀이 되면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게임 시작 전부터 사기가 떨어진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분과 팀이 되면 마음부터 편해진다.

당연히 게임도 잘 풀린다. 물론 내 실력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더라도 즐겁고 부담이 없다.

승부욕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와 한 팀으로 운동을 할 때는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이다.

지면 어떻고 이기면 또 어떤가? 이기면 기분이 좋을 뿐 진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운동은 운동일뿐 목숨 걸지 맙시다.



'충성 축구, 충성 테니스'라는 말이 있다. 군 생활할 때 흔히 하던 우스개 얘기다.

지휘관이나 높은 분과 운동할 때 그분이 잘 받을 수 있도록 공을 좋게 준다는 것인데

제 실력대로 하지 않고 '충성'을 위한 일종의 아부성 운동을 한다는 의미다.

요즘도 '충성 축구, 충성 테니스'가 없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 시간에는 그분(언니)이 편한 마음으로 운동하러 나오기를 바라본다.

오래 함께 즐겁게 운동하기를.

함께 운동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 잘하면 실력이 모자란 상대를 격려하고 가르쳐도 주면서 함께 즐기면 되고

내 실력이 부족하면 실력이 있는 상대에게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로 함께 즐기면 되지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있나요? 시간이 흘러야 구력도 생기고 고수가 되는 것이지요.

조바심낼 필요도 없고 잘 안된다고 포기할 필요도 없지요.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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