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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Apr 29. 2024

독립할 준비 되셨나요?

Are you ready?

“시부모님 되실 분들 노후 준비는 되셨어요?”

한 tv 드라마(‘결혼백서’)에 나왔던 대사다. 

결혼을 고민하는 여주인공에게 후배가 한 말. 

“결혼은 계산기를 두드려 답이 나오면 하는 것이고 

 남자친구 직업과 얼굴은 좋으니까 

 시부모의 노후 준비가 가장 중요하겠다”

직업이나 외모만큼, 부모의 노후 준비 정도가 배우자의 주요 조건이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현실이 되어버린 결혼 조건 '부모님의 노후 준비'

남의 일만은 아니다. 

미용실에 염색을 하러 갔다. 

새치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염색을 해야 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핀셋으로 한 올 한 올 골라가며 뽑던 날이 언제였던가?

아~~ 옛날이여!


처음으로 간 곳인데 원장님이 친절하다. 

연배는 나보다 어려 보이고 딸만 셋이라고 했다. 

"딸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 나는 아들만 둘인데.. 딸이 친구 같겠어요?"


나이를 먹은 탓인지 수다만 늘고 있다.

쓸데없이 말 많은 것도 듣고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식들 얘기까지 나왔다. 

그녀의 딸들이 우리 아들들과 비슷한 또래라서 관심사가 비슷했다.


그녀의 첫째와 둘째 딸은 독립을 했고 막내딸만 데리고 있다고 했다. 

딸들의 남자 친구 얘기도 한다. 

딸들의 남자 친구네 가정형편이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심이라고..

남자친구 엄마가 가끔 과한(?) 선물도 보내주고 

아파트도 두세 채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딸의 말을 들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쓱쓰럽게 묻는다.

"이런 제가 속물인가요?"

"속물은 아니죠. 부모라면 누구나 내 자식이 여유 있는 집에 시집가는 것을 원하는 게 

 당연한 거죠? 저도 그런 생각인데요 뭘~~"


"어떤 며느리를 보고 싶으세요?" 그녀가 내게 묻는다.

"음~~ 저는 밝고 건강하게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면 좋겠어요. 

 너무 어렵게 자라지 않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여유 있는 그런 집안에서 자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아들들이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서 생각하게 된 며느리상(像)이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바람을 얘기했다.

"엄마는 이런 며느리가 들어왔으면 좋겠어.

 성격이 밝고 마음이 건강하고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어울려 살 줄 아는 그런 사람.

 경제적으로도 너무 쪼들려서 어렵게 살지 않았고

 사랑도 많이 받고 자라서 밝고 여유로운 심성을 가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바른 그런 사람이면 좋겠네.

 그리고 너희가 상대 부모님의 노후는 신경 쓰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더 고.

 요즘 세상에 너희들도 먹고살기도 힘든데.. 

 부모의 노후까지 부담을 가져야 하는 건 너무 힘들어.

 엄마아빠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이러면 꼰대소리 들으려나? 그래도 할 수 없다. 속물이라 해도 할 수 없다. 

 나도 부모니까.. 

(욕심이라고 하려나? 부모라면 이 정도의 바람은 있지 않나? 싶은데..)


30년 전 양가 부모님에게 한 푼 지원 없이(부모님의 경제사정을 알기에 지원은 꿈도 꾸지 않았다)

결혼을 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맞벌이로 허리띠 졸라매며 악착같이 모으고 불려서 여기까지 왔다. 

남편은 '우리는 자수성가해야 할 팔자'라고 했다. 맞다. 그래도 잘 살아왔다. 열심히..


그런데 살면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부모의 도움으로 좀 더 빨리 자산을 이루고 편하게 사는 지인들을 보면서 

부럽고 한편 속상한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왜 도움 주는 부모는 없고 부양하고 도움드려야 할 부모님만 계시는지?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지금도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고 있지만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부모 자식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낀세대의 푸념이다.)


그래서 내 자식에게는 도움을 주고 싶지 부담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

가용한 금액을 두 아들에게 지원해 줄 생각이다. 

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을 해주고 부모로서의 의무(도리)를 끝내려고 한다.

(과하지 않는 범위는 우리의 노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가능한 능력 안에서의 지원이다)

"엄마 아빠 노후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단. 결혼하면 이 정도는 지원해 줄 테니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고.

 엄마 아빠 노후는 알아서 할 테고 행복하게 잘 살 테니까 

 아들들도 행복하게 살면 돼."


각자도생의 시대

제 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모도 자식도..

그래야 모두 행복할 수 있고 또 행복해야 한다.


부모 자식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독립이다.

독립(獨立):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경제적 심리적 모든 면에서 독립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으면 자식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고

자식이 독립하지 못하면 부모의 노후준비는 어려울 수 있다.

독립은 부모 자식의 사랑과 관계도 좋게 이어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 부모를, 내 자식을 사랑한다면??

독립이 필요하다.


'당신은 독립할 준비가 되었는가? Are you ready?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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