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부는 꼭, 일찍부터
가수 최진희가 부른 노래 '뒤늦은 후회' 가사가 절절하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 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으니까요
거리엔 스치는 바람 소리에 슬픔이 밀려와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살며시 눈 감았지요
계절은 소리 없이 가구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외로운 나에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요
순간에 잊혀져 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연인을 떠나보낸 잘못과 후회가 가슴을 후빈다.
건배사 "껄껄껄"이 있다.
'좀 더 사랑할껄
좀 더 즐길껄
좀 더 베풀껄'
"껄껄껄" 역시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의미에서 건배사를 따라 한다. "껄~껄~껄"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후회하며 사는 것이 인간사 아니겠나?
지나고 보면 후회할 일이 많고 아쉬움도 크다.
다만, 그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늘도 애쓰며 사는 것이다.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중장년의 후회는 남다르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
그 후회가 더 깊다.
얼마 전 엄마생신을 축하하는 가족모임을 했다.
부모님과 오빠들 내외, 우리 부부가 모인 저녁식사 자리였다.
자식들 얘기부터 일가친척 소식 등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다.
지난겨울 결혼한 조카부부가 주말에 알바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 조카의 신랑도 직장이 괜찮은데.. 무슨 알바?
운동 겸 주말 알바(배달)를 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혼도 둘이 모은 돈으로 준비하고 집도 얻어서 오빠내외는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었다.
기특하네.. 요즘 젊은 층은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주말에 아르바이트해서 가고 싶은 곳 여행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칭찬해 줬다..
그렇게 알바얘기로 시작해서 우리들 노후준비 얘기로 이어졌다.
"우리도 어디 알바라도 가야겠어요. 그런데 구미는 일거리가 없어요.
나이 제한도 걸려서 불러주는 데가 없네.." (올해 환갑인 큰 올케의 푸념이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린다.
"그래요? 천안은 일거리가 많던데.. 배밭에서 일할 아줌마 구하는 구인도 많고..
공장에서 일할 자리도 많던데. 당근마켓에 수시로 구인광고도 올라오고.. "
"천안으로 이사 가야겠네. 철이아빠(큰오빠) 우리 천안 가서 아르바이트합시다."
"나도.. 나도.. "
여든이 훌쩍 넘은 울 엄마까지 끼어드신다. 그 연세에 아르바이트하겠다고.. ㅋㅋ
한바탕 웃고 넘겼지만..
대한민국 노년층의 노후모습인 것 같아서 씁쓸했다.
큰오빠는 오래전(30여 년 전) 구미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만 해도 공업도시 구미에는 공장도 많았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물론 경기도 좋았다.
공단에서 서점을 했는데 제법 잘 되었다.
올케언니도 식당을 했는데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공장의 직장인들로 식당이 북새통이었다.
"그때는 장사가 너무 잘되어서 앞치마에 현금 집어넣기 바빴어요.
근데 그때 왜 돈을 모으지 못했을까요?
아가씨(나)처럼 재테크에 관심 갖고 돈을 모았어야 했는데... "
"아이고.. 그때 건물이라도 하나 사뒀으면 지금쯤 월세 받으면서 여유 있게 살 텐데.. 왜 그러셨어요?"
아쉬운 마음에 한 마디 했다.
큰오빠도 내심 아쉬운 것 같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젊어서 돈이 잘 벌릴 때 잘 모으고 굴렸으면 지금쯤 아무 걱정이 없을 텐데..
지금은 경기도 안 좋고 사람들도 없어서 돈을 벌고 싶어도 벌리지가 않으니.. 어쩐담?
예순을 넘긴 나이에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단 말인가?
오빠네의 깊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노후준비가 여유롭게 준비된 것은 아닌 듯하다.
작은 오빠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직장의 연봉도 꽤 괜찮았는데.. 노후준비를 얼마나 해뒀는지..?
작은 오빠는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연봉도 많이 줄었고 (계약이 끝나는) 2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할 일 없으면 아파트 경비라도 하면 되지 뭐.. 국민연금도 나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파트 경비도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제법 나오는 것 같은데 노후에 충족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오늘을 사는 60년 대생들의 모습이다.
부모님과 자식은 부양해야 하고 내 노후는 셀프로 준비해야 한다.
셀프부양의 시대를 사는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부양은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다.
신문기사에 언급되는 모습 그대로다.
우스개 소리도 있다.
남편과 아내의 대단한(?) 착각에 관한 얘기다.
은퇴한(앞둔) 남편의 착각은
아내가 알뜰살뜰(재테크를 잘해서) 돈을 잘 모아뒀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고
아내는 남편이 언제까지고(오래도록)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착각은 착각일 뿐 현실은 다르다.
착각에서 깨어난 현실 앞에 부부의 갈등과 고난이 시작된다.
우리들(60년대생 부모세대)의 얘기를 큰아이한테 했다.
외할머니 생신모임에서 이런 이런 얘기가 있었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돈 관리 잘하고 살아야 한다고..
돈은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관리하고 다루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부모들의 얘기를 자식들은 얼마나 공감을 할까?
부모는 경험을 자식에게 들려주고 나누고 싶은 것인데..
우리 자식들은 노후 걱정 없는 여유를 누리길 바라며
당부의 말을 남긴다.
"아들아, 돈 공부는 꼭 해라. 그리고 일찍부터 준비해라."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