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잘하는 사람도 없다
연애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연애를 잘 하는 법은 없다. 연애는 일이나 공부 같은 것이 아지 않은가. 연애를 매번 한다고 해서 연애가 늘지는 않는다. 연애를 몇 번이고 해본 사람일지라도 호감이 생기고 사랑하는 감정을 싹트게 하는 사람에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선뜻 내보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별을 몇 번이나 경험해봤다고 한들 자신의 감정을 흔들고 움직이게 했던 사람과의 이별 앞에서 무덤덤하기란 쉽지 않다.
연애를 잘 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은 연애를 마치 일이나 공부처럼 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무언가를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하다 보면 잘 하게 된다는 공식을 무의식적으로 연애와 사랑에도 대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연애를 일같이 하거나 어떤 업무처럼 한다면 이는 진심으로 하는 연애로 보기에는 어딘가 찝찝할 수밖에 없다. 연애와 사랑을 일처럼 대한다는 일은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한 명의 고객처럼 응대하고 하나의 인맥처럼 인의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업무 보듯 상대방을 최소한의 감정으로 대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연애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사무적인 태도로 하는 연애를 연애라고 부르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할 수 있다고 한들 -이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모든 연애와 사랑은 자신의 손을 떠나 더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터질 듯한 심장과 긴장되어 경직되고 굳어가는 표정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이별을 고할 때 아무렇지 않은 듯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차가운 마음은 얼마나 될까. 연애를 잘 하는 방법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연애를 잘하고 사랑을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거나 하고 있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은 생각해 봤을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잘 한다는 말은 어딘가 역설적으로 들린다. 과연 우리는 연애와 사랑을 잘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으로 꿈을 좇고 삶을 살아가려 노력할 수 있겠지만 연애와 사랑 앞에선 뜨거운 마음 때문에 뇌와 심장이 타버려 재만 남는 경우가 대다수다. 뜨겁게 타는 심장이 머리를 익혀버리는 상황에서 차가운 이성으로 연애를 잘, 사랑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은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마 그 결여된 단어는 "진심"일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연애와 사랑을 "잘" 한다는 표현은 이질적인 마음을 들게 한다. 연애를 "잘"하고 사랑을 "잘"하고자 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잘"할 수 있고 "잘"한다면 좋은 일이고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연애나 사랑을 잘 한다는 말이나 칭찬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들었을 때도 어딘가 모를 딱 집어낼 수 없는 이질감도 지워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것이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 연애와 사랑을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잘"이라는 단어 보단 "진심"이라는 단어로 연애와 사랑을 수식할 때 "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느꼈던 딱 집어낼 수 없던 이질감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과연 나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사랑했는가, 후회 없이 마음을 주었는가, 그나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까 아니면 진심으로 나를 대했던 것일까 라는 현재 진행형 궁금증과 과거형 의문이 남을 뿐이다. 연애를 하면서나 연애가 끝나고 나서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생각은 그와 나는 연애를 "잘"했는가 아닌 대부분이 "진심"으로 했는가가 아닐까.
연애와 사랑을 잘 하는 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연애와 사랑을 잘 한다는 뜻이 가진 의미는 아마도 사람과 사람으로서 아껴주며 이해하고 서로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려 노력한다는 이 고리타분한 하지만 진리가 담긴 말들을 실천한다는 의미 일 것이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이해하지만 실천이 잘 되지 않는 저 단순한 행동들을 "진심"으로 노력할 때 우리는 "잘" 연애하고 있다, "잘"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