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집착과 사랑은 차이가 있다.
심수일이 다이아몬드에 눈이 먼 이순애를 붙잡았던 행동은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떠나가는 이순애의 치맛자락을 붙잡지 않고 조용히 보내주며 심수일이 이순애의 행복을 빌어줬다면 심수일은 진정한 사랑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을까? 집착하는 이유가 사랑하기 때문이고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을 한다고 하면 집착과 사랑의 경계선을 찾는 일은 아마 무의미할지 모르겠다.
서양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연애했을 때 문화적 다름으로 손꼽는 것 중에 하나가 잦은 연락이다. 서양에서는 연인 사이라고 할 지라도 한국 사람들만큼 잦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잦은 연락은 사랑의 표현과 확인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잦은 연락을 주고받는 연인들이 서로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집착과 사랑의 경계가 애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어떤 행동을 사랑의 표현으로 생각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받아들이는 반면 누군가에겐 그 사랑 표현이 숨 막히는 집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머라이어 케리가 에미넴에게 심한 착각에 빠져 자신에게 집착한다고 했을 때 에미넴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사랑과 집착 그 사이 안갯속에 있는 경계선을 찾아보자.
일방적인 사랑
한 때 연인이었던 사람에게 또는 사귀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과도하게 잦은 횟수로 연락을 하고 묻지도 않은 선물을 보내는 것은 분명 집착이다. 헤어진 연인이 더 이상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몇 차례 통보했지만 그 통보를 무시하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계속하며 직접 선물을 주거나 선물을 배달시킨다면 이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상대방이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다고 확실히 거절했음에도 그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사랑과 의지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행동은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물론 사랑을 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있고 싶은 심정에 이런 행동들이 나올 수 있다.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기에 할 수 있는 시도와 노력은 다 해 보는 것은 좋으나 그 시도와 노력이 도를 넘고 선을 넘으면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되는 것이다. 만약 심수일이 떠나려는 이순애를 보내지 않고 납치하여 어느 골방에 가둬 뒀다면 과연 심수일이 이순애를 정말 사랑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연인 관계에서도 너무 잦은 연락을 바라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5분에 한번씩 문자하고 전화하며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면 집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이다. 잦은 연락의 개념은 각 연인마다 다르겠지만 상식선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잦은 연락은 사랑의 표현이나 확인이 아닌 집착이 될 수 있다. 너무 사랑해서 5분간만 연락이 안 돼도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5분마다 하고 확인시켜줘야 하는 행동에 숨이 막힌다면 누군가의 사랑 표현은 다른 누군가에겐 구속과 집착이 될 수 있다.
이유 없는 의심
밤 12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는데 자신의 애인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연히 걱정이 되고 불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걱정 때문에 밤을 새우고 해가 뜨자마자 그 사람의 집 앞이나 회사 앞으로 찾아가는 행동은 집착에 가깝다. 게다가 정말 걱정이 돼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아서 화가 났고 거기에 걱정시킨 것 까지 화가 났다며 그 화를 풀러 간다면 이건 99% 집착이다. 그리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서로 간의 신뢰에 금이 생기고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을 때까지 질문을 한다면 이 또한 사랑보다는 집착에 가깝다. 집착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가 잠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상대방이 울며 불며 진실한 태도로 잠을 자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걱정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도 믿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화해는 한다. 그리고 또 비슷한 일이 발생을 했을 때 상대방을 의심부터 하고 또 똑같은 행동을 연속적으로 반복한다면 사랑이 아닌 집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과거 확인
그 사람의 과거를 캐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애인에게 과거를 묻고 또 묻는다.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물으며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일전과는 대답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왜 대답이 다른지 그 이유를 다시 묻는다. 애인의 페이스북, 트위터, 심지어는 닫힌 미니홈피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연구해서 애인의 과거를 완벽하게 알아 내려한다면 이는 집착 초기 증상이다. 과거에 어떤 연애를 했는지 어떤 사랑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애인의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의 사랑에 충실한 것이 아닌 애인의 과거를 캐는 것에 집중을 하게 된다면 이는 사랑이 아닌 집착이다. 분명 알아야 할 과거도 있고 상대방이 의심쩍게 과거에 대해 얼버무리면 의심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의심할 만한 행동도 언사도 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의 과거를 하나라도 더 알고 지금까지 애인이 말해 준 과거가 모두 사실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려 하는 행동을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없는 연애
취미, 음식취향, 옷 입는 스타일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과도하게 맞추려 한다면 이 또한 집착일 수 있다. 연인끼리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비슷한 취미를 함께 하고 옷도 비슷한 스타일로 입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서로가 원해서 함께 취미를 나누고 비슷한 취향을 가지게 되는 것과 한쪽이 다른 한쪽이 좋아하겠지 예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맞추려 하는 행동은 건강하지 못 한 행동이다. 자신의 애인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의 취미를 바꾸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보단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옷 입는 스타일까지 애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만 입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랑하기에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서 까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려 하는 것은 사랑을 주기 위한 것보다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인다. 연애를 할 때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한쪽이 다른 쪽에게 갈구하고 동냥하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집착, 삶의 포기
사랑과 집착의 명확한 경계를 알 수 있을 때는 보통 연인들이 헤어졌을 때다. 보통 연인들이 헤어지면 다양한 방법으로 이별을 극복한다. 술을 마신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또는 집에 틀어 박혀 있거나, 혼자 여행을 하거나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이별을 극복한다. 그렇지만 종종 이별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별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는 상대방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사랑하기에 상대방을 못 잊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별했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식어야 정상이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다.
이별 때문에 삶을 포기하거나 정산적인 인생을 살기를 거부하는 행동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변명이 되지 않는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길 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 헤어진 상대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나를 보고 괴로워하고 죄책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누군가를 건전하게 사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를 사랑했을 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를 보살피지 않고 보듬지 않으면서 다른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주고 보살펴 주기만을 원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를 떠난 사람을 미워할 수 없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면 그 사람을 괴롭히려 하기보단 행복을 빌어 주는 것이 더 건강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확실한 선을 그어 구분 짓기 힘들다. 그래도 굳이 경계를 긋는 방법이 있다면 내 사랑이 서로를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하는 도구로서 사용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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