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함에는 유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싸운다. 연인들이 그렇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거의 그냥 싸운다, 이유가 없다라고 말해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해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은 똑같은 이유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반복되는 상대방의 실수나, 습관 또는 잘못들을 가지고 끝이 없는 싸움을 벌인다. 그러다 한 사람이 백기를 들면 다음 싸움으로 옮겨가게 되고 헤어지자는 말을 하게 되면 전쟁은 끝나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협상이 일어나는 탁자 위에 새로운 주제가 올라오게 될 것이고 후자의 경우 두 사람 모두 탁자를 떠나거나 한 사람만이 남아 협상을 이어가려 노력하게 된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자신에게 맞추기를, 아니면 반대로 본인을 상대방에게 맞추기를 포기하는 경우 연인이 이별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 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이별을 통보받은 경우 미련이 많이 남는 듯 하다. 자신 때문에, 자신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 했기 때문에,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모든 이별의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믿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한 믿음 일수 있겠다. 마지막 싸움의 원인도 그 싸움의 결론인 이별의 원인도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것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원인제공의 잘잘못을 따진다면 원인제공자에게 있을 것이다. 사실관계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는 이해를 받을 수도, 용서를 받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이해를 해야 한다거나, 잘못을 했어도 사랑한다면 용서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는 아니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해서 하는 말이다. 여하튼, 원인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원인제공자의 반성태도에 따라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려는 행동이 비합리적으로만 보여야 하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이해를 구했다면 어느 정도는 그 사과와 진심을 받아주고 마음을 덜어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라면, 어느 정도 서로에게 소중한 인간관계를 쌓아 왔다는 전제하에서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 이미 몇 차례 사과도 했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말도 맨정신과 술김에도 해 보았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마음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그 남자를 사랑하고 함께있고 싶고 밤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게 지겨울수도 있다. 이렇게 상처를 주는 남자가 밉지만 언제라도 돌아와 준다면 미웠던 감정이 사라질 것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리 녹녹치않고 연애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돌아선 남자나 여자의 마음을 잡는건 쉽지 않다.-꼭 잡아야 되는지도 고민해 볼만하다.- 단호하게 이별을 한 남자를 거의 매일같이 봐야하고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면 아마 정신적인 고문에 가까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현실은 고문에 가까운 단계에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을. 아닌척 해야 된다면 아닌척 해야 되고, 괜찮은 척 해야 된다면 괜찮은 척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가는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다. 언젠가 자신의 마음이 절대 받아들여질 일이 없고, 그 동안 나를 찬 남자에게 베푼 친절이 후회로 남을지라도 말이다. 우선은 할 수 있는 하는 것이 좋다. 이미 깨진 신뢰를 붙이는 것이 어렵고, 두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끝이났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편하게 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강함에 강함으로 응수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본인의 격앙된 감정은 가라 앉히고 최대한 좋은 감정과 표현 그리고 모습만을 보여주려 노력해 보는건 어떨까 한다. 자연스러운 친절과 마음을 계속해서 보여줘 보는 것이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상황이다. 친절을 더 베푼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에게 본인이 가진 진심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남자에게 받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만큼 그 남자에게 다시 베풀어 줘 보는건 어떨까 싶다. 연인의 관계는 아니니 친구의 관계로서 말이다. 그저 예전에 그 남자에게 받은 부분만큼 돌려주지 못 했다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다시 돌려주려는 노력을 해보는게 더 합리적인 처사가 아닐까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이 느끼는 감정대로, 본인이 미안하고 고마웠던 부분을 다시 돌려주는 것 말이다.
연인은 맞지 않는 점을 맞추기 위해서 대화를 나누고 싸운다. 한 쪽은 다른 한 쪽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지키지 못 했을 경우 큰 싸움으로 이어진다. 특히 신뢰에 관한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라면 싸움의 정도가 다른 가벼운 문제보다 더욱 심한 경우가 많다. 사랑만큼 중요한게 신뢰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받지 못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슬픈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상적인 연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싸운다. 누군가에게는 절대 용서가 되지 않을 일이 누군가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고, 참을 수 있는 일일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니지만. 내가 아닌 너를 이해할 수 있다면 나를 이해해달라는 고집은 피지 않는게 좋다. 나를 이해하지 못 하는 상대편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노력하고 그 사람과 잘 지내 보려는 생각을 해보자. 돌아오라고 강요에 가까운 구걸보다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두 사람의 관계를 예전같이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수준까지 돌려보겠다는 노력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