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와 한 남자
8. 한 남자와 그 날의 대화 (해리와 한 남자)
그날, 그녀는 화장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내기를 시작했다. 더 나아가, 영혼을 상대로 실험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보였다.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우리 딸아이의 심장과 당신의 심장이 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그의 말을 바로 앞에서 엿들은 것처럼, 그녀는 그가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운명을 믿나요?”
그녀는 그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난 운명을 믿어요. 그 운명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운명은 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모든 것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죠.”
그녀는 굉장히 진지했다.
“난 그런 이야긴 믿지 않아.”
“그러니까 당신은 운명을 믿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는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녀는 다리를 몇 번 위아래로 흔들더니, 그가 앉아 있는 의자 팔에 다리를 올렸다. 그리고 씩 웃으며 그의 입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내기할래요?”
그녀가 담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이 운명이 모두 정해진 것인지, 아닌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는 실소를 내뱉으며 일어섰다.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이런 쓸데없는 대화를 길게, 게다가 진지하게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어이없었다.
그가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녀는 여전히 싱긋 웃으며 그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랑 내기하는 거예요.”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쪽으로 걸어갈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문을 닫자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화장실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싱긋 웃고 있었고, 그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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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다중성과, 사랑 속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분열과 통합을 다룬 심리소설입니다.
융의 ‘Self–Persona–Shadow’ 개념을 바탕으로, 기억과 망각, 침묵과 거짓 사이에서 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랑은 나를 하나로 만들어주는가,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가?”
사랑이 존재의 통합을 이루지 못할 때,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복제하고, 그 시선 속에서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려 합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정체성을 실험하는 심리소설이자, 복제된 자아의 시대를 사유하는 실존적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