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빵열전.
밥빵, 집빵 구울 때 이렇게 해보세요.
유튜브 등에서 고수들이 사워도우/천연발효종 류의 빵 만드는 영상을 보면 블링블링 커다란 오븐에서 스팀이 막 팍팍 나오고(아니면 적어도 스팀용 물 쟁반 넣을 자리라도 있는), 그런 오븐에 커다란 르쿠르제 냄비나 무쇠로 만든 더치오븐을 뜨겁게 달궈 빵을 굽잖아요?
저희집 오븐은 14년 된 드롱기 컨벡션이예요. 전자렌지보다 작아요. 오븐 광고 사진 보면 닭 한 마리 꽉 들어차는 그런 작은 오븐이예요. 이렇게 후진 오븐으로 빵을 구워 먹으려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어요.
빵 굽는 사람들 하는 말이 사워도우/천연발효종 빵은 특유의 '토끼귀'가 있고 그것은 사워도우/천연발효종 고유의 것이다라고들 하는데 이건 잘못된 말이예요. 그 '토끼귀'라는 것은 사워도우빵이어서가 아니라 높은 온도와 습도 유지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보실래요.
보기에 둘이 비슷하잖아요? 1번은 인스턴트 이스트로 만든 빵이고, 2번은 사워도우 스타터로 만든 빵이예요. 빵을 오븐에서 꺼낸 후에도 나는 '타닥타닥' 소리 역시 둘 다 나요.
방법은 뚝배기.
저희집 뚝배기가 이렇게 생겼어요. 촌스럽지요? 레트로 혹은 빈티지라 우기고 싶지만요. 20여년 전 농약사 하시던 시어머니가 '흥농종묘'로부터 받은 사은품이예요. 저희집 작은 오븐에 간신히 들어가요. 뚜껑의 숨구멍은 쿠킹 포일 돌돌 말아 콧구멍 막듯이 막았어요.
뚝배기를 넣고 오븐을 켜요. 저희집 오븐은 20분이면 230도에 도달하지만 넉넉히 30분쯤 예열해요. 출렁출렁한 반죽을 저 뜨거운 뚝배기에 넣을 때는 요리 종이 이용해요. 뚜껑 닫고 20분 굽고, 오븐 온도를 200도로 낮춰 뚜껑 열고 13분 구워요. 굽는 시간은 오븐에 따라 다를텐데요, 저희집 오븐이 워낙 작아서 윗 불과 가까워서 뚜껑 열고 13분 이상 구우면 그 '토끼귀'라고들 부르는 부분이 새까맣게 타요. 그것만 아니라면 더 굽고 싶지만 아침에 빵 먹을 때 데우느라 다시 굽기 때문에 괜찮아요.
이건 뭐게요?
인스턴트 이스트예요.
이스트빵과 사워도우빵은 물론 풍미에서 차이가 있어요. 시큼하면서도 입맛 돌게 하는 그 특유의 향과 맛. 그렇지만 사워도우 스타터 없이, 천연 발효종 없이 시판 인스턴트 이스트로도 멋지게 구울 수 있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속도, 껍질도 그냥 굽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요. 가마솥 등등 두꺼운 냄비면 다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싶습니다.
후진 오븐 가지신 분들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