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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스닷컴 Jun 23. 2017

천천히 걷는 구마모토, 힐링 여행지 추천

천천히 걸으면서 나만의 힐링을 찾을 수 있는 여행지

천천히 걷는 구마모토, 힐링 여행지 추천


 나는 모르는 거리를 혼자서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이 복잡해질 때 무작정 어디로든 향하는 표를 끊고, 가방 하나 메고 떠나 모르는 길들을 마음껏 걷고 오곤 했던 것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이번 구마모토 여행 역시 배낭 하나를 메고 훌쩍 떠났다. 


 그리고 직접 만나본 구마모토는 힐링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도시였다. 이번 구마모토 여행에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만의 힐링을 찾을 수 있는 세 가지 여행지를 만났다. 안녕, 구마모토!


 

1. 구마모토 시내 산책

 인천공항 1번 게이트보다 작은 것 같은 구마모토 국제공항에서는 무려 13분만에 입국수속이 끝났다. 일부러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자 구마모토 시내의 오후를 만날 수 있었다. 천천히 달리는 조금 오래된 노면전차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양이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떠나 도착한 구마모토는 한껏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작고 느린 도시였다.

 구마모토의 시내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도 다 둘러볼 수 있는 크기로, 나는 구마모토의 마스코트인 쿠마몬 스퀘어와 상점가가 모여있는 아케이드를 돌아보기로 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도시 어딜 가든 쿠마몬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귀여운 까만 곰은 사실 구마모토라는 도시를 일으켜세운 브랜드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라고 한다. 실제로 쿠마몬 스퀘어에서 부장이라는 직함을 맡아 근무하고 있으며, 일정 시간대에는 직접 만나보는 이벤트도 있다고 하니 안 가볼 수 없었다.  

 캐릭터 쇼는 어린애들이 보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지만 꽤 많이 모인 사람들과 함께 쇼를 끝까지 다 봐버렸다. 귀여움은 역시 나이를 불문하는 것인가, 하하. 캐릭터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꼭 가보길 추천한다. 생각보다 판매하는 제품은 많지 않았으니 쿠마몬을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문해 볼 것.

 쿠마몬 스퀘어에서 나와 조금 걷자 시내의 중심부에 커다란 아케이드 상가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특별할 것은 없는 쇼핑거리지만 천천히 상점 하나하나를 구경하며 쇼핑하기에 좋다. 나는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 츠타야에서 일본 잡지와 책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다이소에 들어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돌아보기도 하고, 호객하는 사람에게 이끌려 쿠마몬 센터보다 더 많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나도 모르게 동전지갑을 사기도 했다. 

  아케이드 구경을 끝내고 노면전차에 올라타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달리는 노면전차 안에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커피가 간절해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호텔 리셉션에 가장 먼저 카페를 물어보자 역 앞의 한 카페를 추천해주었다.

 ‘테이크 파이브’라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향긋한 카레냄새와 재즈음악을 조우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왠 카레?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의 카페에서는 대부분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함께 판매하곤 한다. 나는 비프카레와 혼합 원두로 로스팅했다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재즈음악과 커피, 카레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카페라니! 창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행복해졌다. 카레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음악도 좋고, 마음이 한없이 녹아 비와 함께 내리는 저녁이었다.


쿠마몬 스퀘어 くまモンスクエア

일본 860-0808 Kumamoto Prefecture, Kumamoto, Chuo Ward, Tetorihoncho, 8-2

+81 96-327-9066


테이크파이브 テイクファイブ

일본 860-0079 Kumamoto-ken, Kumamoto-shi, Nishi-ku, 

Kamikumamoto, 1 Chome-10-33

+81 96-325-6863



2. 규슈 올레길, 그리고 노천온천

 구마모토 역에서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남부로 내려가다 보면,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 아마쿠사 지역에 도착한다. 창 밖 오른 편으로 펼쳐진 파노라마같은 푸른 바다와 간간히 보이는 섬들을 보면서 감탄을 내뱉다보면 이번 구마모토 걷기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규슈 올레길의 아마쿠사, 마츠시마 코스에 도착한다. 규슈올레길은 제주 올레길의 자매길로 규슈 지역 관광개발을 위해 제주도에서 그대로 수입해와 로고부터 간세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구마모토에 올레길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여행 며칠 전, 올레길을 알게 되어 여행 계획을 수정해버릴 정도로 나는 이 코스에 끌렸다. 자연 속을 걷는 경험이란 정말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 내 머릿속에 가득하던 고민과 잡생각들은, 걷다보면 씻은 듯 사라지고, 걸으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기에 바빠진다. 그리고 다 걷고나면 말할 수 없이 상쾌한 기분과 다시 한 번 내 생활로 돌아가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라고나 할까? 

 올레길의 출발지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넓게 펼쳐진 논 사이를 걷다보면 산을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아무리 가파르지 않은 산을 쉬엄쉬엄 올라간다 해도 슬슬 지치게 될 때 쯤, 결국 맞이하는 정상에서는 왼쪽에 신록의 논, 오른쪽에 푸른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경치가 보상이라도 하듯 나를 기다리고 있다. 군무를 추듯 흩어져있는 작은 섬들이 곳곳에 박혀있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마지막으로 360도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센간잔까지 다다르고 나면, 올레길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센간잔의 꼭대기에 앉아 내 주위를 둘러싼 바다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까먹고, 챙겨온 간식까지 알차게 해치우자 마주치는 사람들이 먼저 웃으면서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해 온다. 일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도 같이 곤니찌와, 하고는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해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긴 했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 이렇게라도 사람과 말을 하는 일은 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4시간 정도 길지 않은 올레길 걷기를 마치고 향한 곳은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온천 ‘스파 타라’. 아마쿠사의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올레길을 걷고 나서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기에 적격이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야외 노천탕에 몸을 담그자 저절로 아, 좋다,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일본에 방문할 때마다 온천을 꼭 가는 탓에 나이를 의심받기도 하지만 자연을 바라보며 몸도 마음도 푹 놓을 수 있는 노천탕의 매력을 알고 나면 누구나 빠져나올 수 없지 않을까.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반짝이는 윤슬이 가득한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다면 이게 정말 행복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물론 온천이 끝나고 나서 마시는 커피우유 한 잔과 15분간의 안마의자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겠지.


규슈올레길 아마쿠사 관광협회

시간 : 8:30~17:30

구마모토현 카미아마쿠사시 오노야쵸나카 11582-24 熊本 上天草市大矢野町中11582-24

TEL 0964-56-5602


스파 타라 スパ・タラソ天草

일본 ?869-3602 Kumamoto-ken, Kamiamakusa-shi, Ōyanomachikami, 732−14

+81 964-56-1126



3. 야나가와에서 유유자적 뱃놀이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쪽으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야나가와라는 작은 도시를 만날 수 있다. 도시 전체에 운하가 흐르고 있어 나룻배로 뱃놀이 체험이 가능한 곳.

 직접 뱃사공이 운전해서 운하를 가로지르는 나룻배 체험을 꼭 해보고 싶어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후쿠오카 쪽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교통, 나룻배 체험, 식사 등 패키지 구입 정보만 나와 있었다. 구마모토에서 가는 방법이야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면 되지만 예약없이 나룻배를 탈 수 있는건지, 가격은 어떤지 몰라 고민을 하다 결국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하고 무작정 출발했다.

 그러나 막상 관광안내소에 도착하니 걱정이 무색하게 한국어 안내책자는 물론, 각종 지도와 책자, 그리고 더없이 친절하신 안내원 분까지 도움을 주셔서 손쉽게 나룻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역 근처에 있는 나룻배 선착장으로 이동해 나룻배에 올라타자 뱃사공 아저씨가 정답게 인사해주신다. 내가 탔을 때는 나를 제외한 모든 탑승객이 일본인이어서 아쉽게도 일본어로만 설명을 해주셨지만 외국인들이 많으면 영어로도 설명을 해주신다고 한다. 

 나룻배를 타고 운하를 통과하면서 만나는 풍경들은 상상한 것만큼 운치있고 아름다웠다. 천천히 흐르는 나룻배와 조용한 거리, 노랫말같은 뱃사공 아저씨의 설명, 종종 마주치는 다른 나룻배에 탄 사람들과 웃으며 나누는 인사,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낡고 오래된 선착장, 운하 옆의 길에서 우리에게 인사해주는 어린 아이들까지, 참 평화롭고 고요한 순간이었다. 

 한 시간 정도 나룻배를 타고 종착역에 도착해 내리면, 역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 운행 시간까지 약 40분 정도가 남는다. 나는 작은 마을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른 단체 관광객들이 배를 타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작은 족욕탕에 발을 담궈보기도 하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찍는 단체사진을 대신 찍어주기도 하고, 길가에 앉아있는 고양이와 눈 마주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껏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오후였다. 


다이토 엔터프라이즈 大東エンタープライズ

일본 832-0068 Fukuoka-ken, Yanagawa-shi, Sumimachi, 城隅町18-9

+81 944-72-7900



 여-행. 두 음절의 짧은 단어를 길게 늘려 입 안에서 굴려보면 나에게는 짠 맛과 단 맛이 공존한다. 가끔은 너무 힘들고 외롭지만, 그럼에도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경험과, 사람과, 풍경이 결코 여행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여행 역시 그랬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를 꼬박 숙소에서 나가지 못하고 아파하기도 했지만 돌아와 추억하면 올레길에서 마주쳤던 초등학생들이 인사해 주던 것, 비 오는 날 음악을 들으며 마셨던 커피의 향기,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만났던 아침의 햇살 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까. 


 여행지에서 만났던 이런 사소한 추억들이 현실에서 내가 겪는 버거움을 상쇄시켜준다. 그래서 여행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되고, 내 현실을 마주하고 직면하게 돕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현실에 지쳐있는 당신이라면, 멀지 않은 곳이라도 가볍게 떠나 그저 천천히 걸어보고 여유를 한껏 누리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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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꽃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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