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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YST Oct 22. 2018

부동산의 가치

감정평가와 할인율

감정평가의 역사


1929년 대공황을 경험하며 자산 가치의 급격한 붕괴를 경험한 미국에서는 1930년대에 토지경제학(Land Economics)의 대부로 알려진 엘리(Richard Ely)와 그의 제자들이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관한 일련의 저서들을 출간했습니다. 특히 밥콕(Frederick Babcock)은 1932년에 출간한 'The Valuation of Real Estate'를 통해 보증부가치(warranted value)의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보증부가치란 비이성적인 판단이 결부될 수 있는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과 달리 전문가가 이론적 접근을 통해 책정한 '객관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그는 1934년 연방주택청(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 또는 FHA)의 최고사정인에 취임하여 'FHA Underwriting Manual'을 펴냈는데 여기에서 부동산의 기대수익을 분석하여 부동산의 적정 가치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관점을 확립하게 됩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감정평가는 고려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농지를 비옥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구분하여 과세했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비옥도와 작황을 함께 고려해 9개 등급으로 세분화하여 과세했습니다. 물론 농지의 등급이 적절하게 판단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가 수행자의 자격과 업무에 대한 관리도 엄격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촌주나 촌장이 조사하여 각 도의 안찰사로부터 재심을 맡았고, 조선시대에는 각 관할 수령이 조사하고 중앙에서 관료를 파견해 적정성 여부를 파악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정부 수립을 거치면서 근대적 평가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1969년 평가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설립되었고 1989년에는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함께 감정평가사(appraiser)라는 직업군이 확립되었습니다.


감정평가의 방법


오늘날 부동산의 감정평가는 크게 3가지의 방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첫째, 비교접근법(comparison approach)은 평가 대상 부동산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에서 거래된 사례들과 비교하여 적정 가치를 도출하고 이를 해당 물건의 특수성에 맞추어 보정하는 방법입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에서 거래된 사례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아파트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거래가 빈번한 자산들의 가치 평가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둘째, 비용접근법(cost approach)은 평가 시점에 대상 부동산을 다시 취득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필요한 재조달원가를 도출하고 자산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수정하는 방법입니다. 비용접근법은 해당 부동산으로부터 향후에 기대되는 경제적 효익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상업용 목적이 아닌 비영리 단체 소유의 부동산 가치 평가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셋째, 소득접근법(income approach)은 평가 대상 부동산이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흐름에 적정 할인율(discount rate)을 적용하여 평가 시점의 가치로 환원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수익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평가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의 추정에 있어 왜곡이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득접근법을 기준으로 도출된 가치를 비교접근법이나 비용접근법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임대오피스, 상업시설, 호텔 등 수익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부동산의 감정평가는 기본적으로 소득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만 미래에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의 추정에 있어 왜곡이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교접근법이나 비용접근법을 통해 검증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입니다. 즉 소득접근법, 비교접근법, 비용접근법에 따라 평가된 각각의 가치들을 가중평균하여 사용하되 소득접근법에 가장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할인율


상업용 부동산의 주된 평가 방법인 소득접근법은 화폐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라는 개념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인해 같은 금액의 화폐는 미래보다 현재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현재의 화폐는 다른 자산으로 바꾸어 보관할 경우 그 가치가 인플레이션을 넘어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현금이 불확실한 미래에 창출됨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수 있는 수익이 발생하는 셈인데 이렇게 놓치게 될 수 있는 수익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합니다. 화폐의 시간가치란 미래의 현금을 인플레이션과 기회비용에 따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할인율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과 기회비용을 집약하여 사용하는 척도를 의미합니다. 즉 현시점에 특정한 금액을 지불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수익률, 즉 기대수익률(expected rate of return)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10만원을 지불하여 매년 5천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을 구입했을 때 현재 지불한 10만원은 1년 후 10만5천원으로 불어나게 되며 이때 수익률은 5%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1년 후 10만5천원의 현금을 얻기 위해 현재 필요한 현금은 10만원이며 이때 할인율은 5%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할인율은 현재의 가치와 반비례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할인율이 높아지면 현재의 가치가 떨어지고 할인율이 낮아지면 현재의 가치가 오르게 됩니다.


할인율의 세분


소득접근법은 직접환원법(direct capitalization method)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으로 세분될 수 있습니다. 직접환원법은 평가 시점에 발생한 현금흐름을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 또는 Cap Rate)로 할인하여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부동산이 향후 1년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현금흐름이 5억원이고 시장의 유사 사례들이 평균 5.0%의 Cap Rate에 거래되고 있다면 매입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해당 부동산의 적정 가치는 100억원이 됩니다. 반면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비교적 길게 예측하고 이를 투입한 자본에 대한 기대수익률로 할인하여 현재의 가치를 산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향후 1년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현금흐름이 5억원이고 매년 3%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투입한 자본의 기대수익률이 연 5%라고 한다면 매입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해당 부동산의 적정 가치는 매년 발생하게 될 순현금흐름을 5% 복리로 할인하여 산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대수익률이란 끌어들인 자본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부동산에는 다양한 출처의 자금들이 동시에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흔히 자기자본(equity)타인자본(debt)으로 분류되는데 자기자본은 가지고 있는 현금을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말하고 타인자본은 다른 이들로부터 현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주주들의 출자금이고 타인자본의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기관의 대출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이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이라고 하며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자본이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을 타인자본비용(cost of debt)이라고 하며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본비용이라고 통칭하는 경우는 자기자본비용과 타인자본비용의 가중평균, 즉 가중평균자본비용(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 또는 WACC)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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