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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Jun 25. 2021

날 이렇게 대한 매거진은 너가 처음이야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컨셉진

분식집, 세탁소, 피아노 학원 뿐이던 좁은 골목에 토스트향이 새어나오는 따스한 감성의 카페가 새로 생겼다. 아침 일찍 카페를 방문해, 토치로 겉을 구운 바삭한 크렘브륄레와 갓 내린 커피를 시켰다. 가게를 구경하다 자연스럽게, 예쁜 토스터가 그려진 손바닥만한 흙색 책에 시선이 머문다. 카페 사장님이 묻는다. “제가 좋아하는 잡지예요. 예쁘죠?”


예쁘냐고요? 네, 당장 가지고 싶을 만큼이요!


표지에 써 있던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문구에 이끌려, 가게를 나와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내 삶에 훅 들어온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



컨셉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지만 단단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세련 됐으며, 동시에 실용적이다. (한마디라며..)


컨셉진은 여느 잡지들과 달리, 대놓고 무언가를 사라고 꼬시지 않는다. 유명한 셀럽 이야기로 페이지를 가득 메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계속 묻는다. ‘당신은 아침을 어떻게 보내나요?’, ‘당신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이 든다. 이 매거진의 주인공은 만든 이가 아닌 읽는 이라는 것. 정말 나를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는 생각에, 한 장 한 장을 신중하게 넘기게 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나를 발견한다.


@conceptzine_official



‘조금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컨셉진을 탄생하게 만든 기본 마인드였다 라는 인터뷰를 읽고 나서, 왜 이 매거진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알았다. 만든 이의 선한 생각, 긍정적인 시선이 고스란히 콘텐츠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만든 잡지, 좋은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컨셉진은 매달 다른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아이템, 장소, 문화, 갤러리, 여행, 에세이, 레시피, 집 등)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에디터들이 직접 경험하며 느꼈던 생각, 가치관, 심경, 행동의 변화 등을 늘 덧붙여, 소개글은 단순한 ‘글’이 아닌 ‘이야기’가 된다.

한 예로, ‘시도’를 주제로 한 컨셉진 vol.86, ‘당신은 어떤 시도를 하고 싶나요?’ 중 책을 소개하는 꼭지에서 에디터는 이런 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재작년쯤 용기를 내서 서핑을 시도했던 날이 떠오른다. 3일을 배웠지만 엉성한 자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만약 멋진 자세로 파도를 즐겼다면 나의 시도는 성공인 걸까? 아니면 그때를 기점으로 취미가 됐다면 성공일까? 그럼 바닷물만 잔뜩 먹은 나는 실패한 걸까? 성공과 실패에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다른 말로 시도의 결과가 꼭 성공일 필요는 없다는 뜻도 되겠다. 때론 시도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그때 서핑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뿌듯했는데!”

화려하고 달콤한 말솜씨로 책을 사라고 현혹하는 대신 에디터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 내 책장에 꽂혀있는 ‘저 아직 안 망했는데요’ 책이 그것을 증명하는 중이다.(그렇다, 또 낚였다)


@conceptzine_official


컨셉진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발행되어 온 월간지이다.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도록,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지난 9년간 편집장을 포함한 에디터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던 것일까?

컨셉진의 콘텐츠가 남다른 이유는 이들의 고민과 생각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에디터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타인의 친절이 있나요?

악기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있나요?

당신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 있나요?


에디터들은 신선한 질문을 넌지시 건네고, 읽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 코너에 편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나만의 컨셉진’이 완성 되는 것이다.




독자 참여 코너와 별개로 재미난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된다.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관찰을 할 수 있도록 필름 카메라로 주변을 찍어보는 ‘클로즈업 프로젝트’,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독려하기 위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자기 자신을 인터뷰 함으로써 자신과 더 가까워져 보라는 ‘인터뷰 프로젝트’, 일상적인 소재에 대해 나만의 시각을 담아 새롭게 정의를 내리는 ‘뷰포인트 프로젝트’ 등..


이렇게 컨셉진에서 늘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독자’, 즉 ‘나’다. ‘나’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고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격려해주는 이가 세상에 부모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에 이따금씩 감동이 밀려온다.


동네의 작은 토스트 가게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매거진.


컨셉진은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당신의 일상이 숨겨진 보석으로 가득 차 있음을 확신한다.


보물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콕콕 짚어주는 보물찾기 지도는 아니지만 컨셉진을 손에 쥐는 순간, 보물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음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신의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한 적 있나요?



컨셉진 흉내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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