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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Jul 01. 2021

잘은 모르지만 이미 아는 사이

하이퍼로컬에 관하여


“거래 그 이상. 왕래에 가까운”


요새 지하철 개찰구를 사이로 두고 물건을 건네 받는 모습을 종종 봤다.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나며, 건물 앞 공터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찾아 바쁘게 눈동자를 움직이는 그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당근이세요?”

나도 최근에 당근 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아본 적이 있다. 판매하는 방법은 여느 중고 거래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거래 장소를 이야기하면서 어딘가 친숙함이 느껴졌다. 대부분 인근에 거주하는 동네 주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출근길이나 산책 중에 마주쳤을 지 모를 사람들이란 생각에 묘한 동질의식이 느껴졌다.


Ⓒdaangn market


그래서인지 우리의 대화는 거래가 아닌 왕래를 위한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앱에는 자기가 창고에 갇혀있으니 꺼내 달라거나. 길에서 주운 지갑을 찾아주는 글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중고 물품의 거래가 아니었다. 부동산 용어를 빌자면 역세권, 숲세권과 같은 지역 주민들이 소유한 인프라에 가까운 거다.


코로나 시기에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 다시 주목하며 생겨난 특징. 최근 이런 분위기를 ‘하이퍼로컬’ 이란 단어로 부르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먼 곳보다 가까운 곳. 해외 보단 로컬에 대한 관심이 라이프 트렌드가 됐다는 거다.



“그때 그 시절과 오늘 이 기술의 만남”


‘가슴 속 삼천원’이란 앱은 우리 동네에 있는 붕어빵, 타코야끼, 호떡 등의 판매 위치를 안내해준다. 종종 그 자리에 없는 리어카의 빈자리를 보며, 오매불망 언제 올지 기다리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테다.


생각해보면 길거리 가판에서 파는 음식의 맛이란 어린 시절 추억에서부터 건너온 정취가 아닐까? 그 시절 엄마에게 받은 동전 몇 개를 들고 붕어빵을 사먹으러 달려갔던 기억이. 바로 우리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맛이고 추억이다. 아마도 이 앱은 그 시절 붕어빵의 따듯한 촉감이 오늘의 위치 기반 기술을 만나 탄생한 유쾌한 신구의 조합은 아닐지.


Ⓒ가슴속3천원


“우리 동네 촬영 명소 어딘지 아세요?”


아워플레이스 역시 ‘우리 동네 스튜디오’라는 맥락에서 하이퍼로컬에 닿아있다. 스크린을 통해서만 보던 인상 깊은 장소가 내가 자주 가던 공원. 우리가 즐겨 찾던 카페나 식당. 하물며 내 친구의 집이었다는 사실. “저기 어디냐?” 라며 “잘 꾸며진 세트”인 줄 알았던 그곳이 우리 동네에서 오며 가며 만났던 그 언니의 집이거나 그 아저씨의 가게였다는 게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어느 호스트와 게스트가 촬영하는 도중에 서로 SNS 친구 사이란 걸 알고 놀란 적이 있었고, 연락이 뜸해진 친구 집이 광고에 나오는 걸 보곤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던 사연이 있었다. 한마디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이젠 그리 먼 곳이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그들의 본업은 직장인이었다. 자신의 평소 라이프 스타일에 전혀 구애 받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과 조건에 맞는 게스트를 선택할 수가 있다는 건 호스트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타워뷰 아파트, 교토 느낌 과자점, 빈티지 스튜디오 마루비 모두 아워플레이스에서 찾을 수 있는 로케이션이다


장소를 구하는 게스트들 역시, 예전처럼 로케이션을 찾아 어렵게 전국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촬영 장소의 컨셉을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먼 길을 가지 않아도 동네 곳곳에 숨어있는 촬영 명소들을 확인 할 수 있으니. 아마도 ‘그 동네 촬영 장소’가 어디인지는 부동산 보다 아워플레이스에서 찾는 게 훨씬 더 빠를 테다.

하이퍼로컬이 코로나 시국에 생겨난 지역 사회의 트렌드라고 하지만 ‘이웃’과 ‘동네’ 라는 건 전혀 새로운 요소가 아니다. 우리가 그것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있는 것일 뿐. 그러니 ‘우리 동네’라는 의미가 언제 봐도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낯익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어쩌면 ‘잘은 몰라도 이미 아는 사이’는 아닐까?

그래서 하이퍼로컬에 숨겨진 의미는 ‘거리 두기’가 중요한 시기에서도 마음만은 서로 꾸준히 가까워지는 시기. 그런 날들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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