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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Jul 15. 2021

초록이 지닌 특별한 힘

피크닉 - 정원 만들기

작년과 올해, 우리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연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싶다. 자연으로의 여행, 자연 속에서의 힐링, 숲 속의 싱그러운 공기, 맑은 하늘.. 특히나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어, 자연 속으로의 도피가 더더욱 그리운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집에 생기를 가져다 주는 반려 식물을 새로 들이거나 바질, 로즈마리 등 집에서 식용 식물을 재배하는 홈가드닝이 각광 받고 있다. 나 역시 크게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최근 2년간 집에 새로 들인 식물이 7개나 되더라. (그 중 두 녀석과는 지난 겨울 사별했다..)



자신의 공간, 혹은 내 영역에 식물을 들인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집을 꾸미는 작은 노력 중 하나 이겠지만 직접 길러보니 알겠다. 초록색 식물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진심에 보답하듯, 식물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얼마 전, ‘피크닉 - 정원 만들기’ 전시를 다녀왔다.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에너지, 사람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넓은 포용을 이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초록이 지닌 특별한 힘은 이렇게 매일 조금씩 갱신된다.



천천히 거닐다. 

빌딩숲이 아닌 진짜 숲


도심 한가운데에서 진짜 숲을 만날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 있던가?
전시는 옥상 정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원에 발을 딛는 순간 자연을 향한 깊은 갈망이 마음 한 구석부터 차곡차곡 채워짐을 느낀다. 하필이면 방문한 날 비가 살짝 내렸는데 빗방울이 거슬리기 보다는 촉촉하게 젖은 흙과 풀 내음이 마치 실제로 숲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흙은 더 흙 답게, 초록 잎은 더 초록 잎 답게. 옥상 위의 숲을 천천히 거닐며, 도심에서 쉽사리 만날 수 없는 고요를 만끽했다.

‘천천히 거닐 듯’.
식물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자주 들여다 보아도 기다리는 사람만 애가 탈 뿐, 자연은 인간의 속도에 관심이 없다. 작은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부터 기적적으로 싹이 나오고, 그 싹이 한 송이의 꽃 또는 나무가 되는 과정에서. 자연은 그저 묵묵히 제 속도로 자신의 색을 찾아갈 뿐이다. 우리는 그저 천천히 거닐 듯 곁에서 함께하면 된다.



나의 한 평 정원


안내해주는 동선 대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시를 즐기다 보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등장한다. 그 곳의 바닥에는 개개인에 맞는 한 평 정원을 찾기 위한 질문이 쓰여있고,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며 선을 따라 걸어가면 자신의 성향에 따른 식물 기르기 방법과 가드너가 소개된다. 나의 성향과 비슷한 가드너는 집에서 씨앗을 발아 해 기르는 부부였는데, 그들은 말한다. 씨앗 집사의 삶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씨앗들은 생각보다 강인하다고. 사실 식물보다 더 경직된 것은 우리의 마음 일지도 모른다고. 도시인의 촉박한 시간으로도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은 얼마든지 있다고.

‘나도 내 방 한 켠에 작은 정원을 가져볼까?’ 망설이고 있다면 직접 피크닉을 방문해 나에게 맞는 정원은 어떤 형태인지 테스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정원’이라는 단어에 겁먹을 필요 없다. 말 그대로 나의 한 평 정원은 손바닥 만할 지라도 나에게꼭 맞는 향기와 온기로 가득 찬 정원이 될 것이다.



전시의 피날레는 또 다른 옥상 정원에서 펼쳐진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젖은 나무 바닥이 서서히 제 색을 찾아간다.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전시장에는 나 혼자 뿐이어서 정원에 앉아 한참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그러다 어디에선가 익숙한 향이 나, 향을 따라갔더니 바질과 민트가 정원 한 켠에서 자라고 있었다.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코를 가까이 대보았다. 자연의 향, 자연의 색깔이 주는 편안함과 위로는 그 무엇과도 비교가 안된다.



공간을 채우는 초록빛 위로


옥상 정원의 바질, 민트가 그랬던 것처럼, 공간 한 켠에 놓인 초록색 식물은 그 공간을 찾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

실제로 아워플레이스의 공간 중 호스트가 애정으로 식물을 기르고 있는 <오래된 원목 하우스>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한 게스트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 “정성을 쏟아서 식물을 키우는 공간은 다른 공간과 다른 특별한 힘이 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를 살아내는데 급급해 주변을 둘러볼 새가 없는 우리의 삶.
그 삶 속에 한 평, 아니 손바닥 만할 지라도 초록빛 정원이 있다면 우리의 하루가 조금은 더 특별해지지 않을까.

‘피크닉 - 정원 만들기’는 10월 2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넓은 마당, 테라스나 옥상 정원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에 작은 정원을 꿈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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