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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Aug 19. 2020

힘들게 일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많아졌다. 사는 의미를 점점 잃어버린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해고라니요? 내가 그럼 이제 실직자란 말인가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요? 우리의 아버지, 우리의 남편...... 누구에게 도 털어놓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하소연입니다.


몸이 너무 아플 때는 정말 몇 달이고 쉬고도 싶습니다. 내 시간이 없이 마냥 쫓길 때는 회사고 뭐고 때려치우고 실컷 여행이라도 다니고 책도 읽고 싶습니다. 그렇게도 간절했던 바람들, 정말로 내게 꿈처럼 그런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일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을까요? 얼마나 간절히 바라 왔던 시간들인데, 왜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질까요?


남편은 평소와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손 흔드는 아내를 뒤로 하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세상 속으로 옮겨놓습니다. ‘오늘 저녁엔 꼭 말해야지’하며 그동안 숨겨왔던 실직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리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굳이 알려서 좋을 게 뭐 있느냐고, 곧 다시 취직이 될 테니 그때까지만 참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날씨마저 스산합니다. 의지할 거라곤 한 줄기 햇살뿐인데, 건너편 빌딩에 걸려 햇살마저 나를 비껴갑니다. 그렇잖아도 자꾸만 움츠러드는 어깨에 으스스 한기마저 듭니다. 삶이 부재중이니 희망 또한 부재합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 불러주기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희망이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 고장이라도 난 건 아닐까 수차례 휴대전화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그런 날들이 오래도록 반복되면 더러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라는 생각, 자신을 이해해주고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마지막 삶의 의지마저 잃게 합니다. 설 자리를 잃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 세상의 모든 남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외로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혼자 버려진 것도 아니고,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힘주어 손을 잡아 주는 일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홍글씨》의 작가 호돈은 어릴 때 다리를 다쳐 몇 해 동안 병상에 있었습니다. 그가 침대에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독서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무렵부터라고 합니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몇 개의 단편을 발표했지만, 그에겐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문학과는 점점 거리가 먼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뜻하지 않게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제야 당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그리고는 그에게 펜과 원고지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그가 뉴잉글랜드 문학의 거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런 아내의 속 깊은 이해와 배려였습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주어진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는 겁니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 기회를 붙들고 함께 살자고 프러포즈라도 해보는 겁니다. 누군가 가져다줄 희망을 기다리는 일은 이쯤에서 접도록 합시다. 비껴가는 햇살을 원망할 일도 아닙니다. 따스한 빛이 밝게 내리쬐는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될 일입니다. 너무 오래 햇살 밖에서 떨었으니, 이제 다시 당신만의 빛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세상이 당신에게 다시 자리를 내어주고 웃으며 인사하겠지요. 그 변덕이 얄미워 눈이라도 흘겨주고 싶겠지만, 내심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어 지겠지요. 전에도 그랬듯이 당신은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새 삶을 살아갈 겁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던 희망의 햇살이 다시 비추고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잘 해낼 겁니다.



세로토닌 마음처방전

이시형 박사의 <위로> https://c11.kr/9e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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