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과 같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내면과 닿지 못한 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언젠가 작가들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참석자가 악수를 청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안녕하세요. 저는 ‘바보’입니다.
꾸며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아닙니다. 저는 비슷한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저에게는 재능이 없어요. 제 머릿속은 텅 비어 있어요.
사람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으며 저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저는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 창의력 코치 :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웃어 보였지만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강당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만성 우울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자기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가 우울하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어떤 책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단지 쓰고 싶다는 충동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 창의력 코치 : 어떤 책을 쓰고 싶죠?
이 질문은 의사가 환자에게 “어디가 아프세요?” “열이 난 지 며칠이나 됐죠?”라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 작가 지망생 : 유명한 댄서가 주인공인 책을 쓰고 싶어요.
● 창의력 코치 : 마음에 둔 주인공이 있나요?
● 작가 지망생 : 아니요, 특별히 없어요.
● 창의력 코치 : 소설? 아니면 에세이?
● 작가 지망생 :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 창의력 코치 : 주인공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 작가 지망생 : 여자예요.
● 창의력 코치 : 당신의 삶과는 달리, 댄서의 인생은 흥미롭다고 느꼈나 보군요?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면 누구나 첫 질문으로 “어디가 아프세요?”하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다음에 적절한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치 의사가 “맹장염인 것 같습니다.”라고 진찰 결과를 알려주는 것과 같은 말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표현해도 듣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대담함도 약간 필요합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아마도...
● 창의력 코치 : 멜리사,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요.
● 작가 지망생 : 아, 어떻게 아세요?
● 창의력 코치 : 그냥 알아요.
저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 창의력 코치 : 개인적인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어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서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그게 가장 흥미롭지 않을까요?
● 작가 지망생 :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그게 진짜 어려운 부분이에요. 제 이야기를 쓴다는 게,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요?
● 창의력 코치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 작가 지망생 :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 창의력 코치 : 그것에 대해 말해주세요.
● 작가 지망생 :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나이 든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과연 좋은 생각일까요? 아니면 소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할까요? 제 3자의 관점에서 내레이션 하는 게 나을지...
창의력 코치는 최초의 충동, 현재의 시점, 앞날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은 채 친밀하면서도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 제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말해주세요”라는 저의 말에 멜리사가 답했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소설에서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되는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지금 쓰고 있는 작품들을 발표하는 시간에 멜리사는 머뭇거림 없이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귀가가 늦은 부모를 기다리는 한 소녀가 몇 시간 동안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그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서 풀려나 자유롭게 여행하는 영혼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작업을 할 때, 다른 누구에게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즉 자기 내면에 창의력 셀프 코치와 함께 산다면 그녀는 분명 소설을 완성할 겁니다. 완성도를 떠나 그녀는 분명 자신의 글을 쓸 것이고, 마침내 완성할 겁니다. 처음 쓴 소설이 실패할지라도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썼다 고쳤다를 반복할 것입니다.
“한 번도 꺼내 쓰지 못한 나의 가능성을 찾아서”
에릭 메이즐, <나만 모르는 나의 가능성> https://c11.kr/7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