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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Oct 05. 2020

글쓰기가 두려운 작가에게 건네는 창의력 코치

글을 쓴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과 같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내면과 닿지 못한 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언젠가 작가들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참석자가 악수를 청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작가 지망생 : 안녕하세요. 저는 ‘바보’입니다.

꾸며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아닙니다. 저는 비슷한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저에게는 재능이 없어요. 제 머릿속은 텅 비어 있어요.

사람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으며 저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저는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 창의력 코치 :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웃어 보였지만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강당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만성 우울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자기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가 우울하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어떤 책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단지 쓰고 싶다는 충동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 창의력 코치 : 어떤 책을 쓰고 싶죠?

이 질문은 의사가 환자에게 “어디가 아프세요?” “열이 난 지 며칠이나 됐죠?”라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 작가 지망생 : 유명한 댄서가 주인공인 책을 쓰고 싶어요. 

● 창의력 코치 : 마음에 둔 주인공이 있나요?

● 작가 지망생 : 아니요, 특별히 없어요.

● 창의력 코치 : 소설? 아니면 에세이?

● 작가 지망생 :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 창의력 코치 : 주인공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 작가 지망생 : 여자예요.

● 창의력 코치 : 당신의 삶과는 달리, 댄서의 인생은 흥미롭다고 느꼈나 보군요?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면 누구나 첫 질문으로 “어디가 아프세요?”하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다음에 적절한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치 의사가 “맹장염인 것 같습니다.”라고 진찰 결과를 알려주는 것과 같은 말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표현해도 듣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대담함도 약간 필요합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아마도...

● 창의력 코치 : 멜리사,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요. 

● 작가 지망생 : 아, 어떻게 아세요?

● 창의력 코치 : 그냥 알아요.

저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 창의력 코치 : 개인적인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어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서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그게 가장 흥미롭지 않을까요?

● 작가 지망생 :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그게 진짜 어려운 부분이에요. 제 이야기를 쓴다는 게,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요?

● 창의력 코치 :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 작가 지망생 :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 창의력 코치 : 그것에 대해 말해주세요.

● 작가 지망생 :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나이 든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과연 좋은 생각일까요? 아니면 소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할까요? 제 3자의 관점에서 내레이션 하는 게 나을지...    


창의력 코치는 최초의 충동, 현재의 시점, 앞날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끌어안은 채 친밀하면서도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 제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말해주세요”라는 저의 말에 멜리사가 답했습니다.

● 작가 지망생 : 소설에서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되는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지금 쓰고 있는 작품들을 발표하는 시간에 멜리사는 머뭇거림 없이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귀가가 늦은 부모를 기다리는 한 소녀가 몇 시간 동안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입니다.”     



셀프 코치와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기    


더 이상 그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서 풀려나 자유롭게 여행하는 영혼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작업을 할 때, 다른 누구에게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즉 자기 내면에 창의력 셀프 코치와 함께 산다면 그녀는 분명 소설을 완성할 겁니다. 완성도를 떠나 그녀는 분명 자신의 글을 쓸 것이고, 마침내 완성할 겁니다. 처음 쓴 소설이 실패할지라도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썼다 고쳤다를 반복할 것입니다. 

자기 내면에 셀프 코치 한 명을 둔다면 자기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다



“한 번도 꺼내 쓰지 못한 나의 가능성을 찾아서”

에릭 메이즐, <나만 모르는 나의 가능성> https://c11.kr/7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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