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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Oct 12. 2020

결혼생활에 집착한 그녀가 26년만에 이혼을 결심한 이유

애나는 마침내 남편과 헤어질 용기를 냈다. 결혼한 지 26년 만이다.


지난 4개월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에서 울거나 자며 보냈다. 우울증 상태가 심각해서 며칠 동안 내리 굶거나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딸이 엄마를 보러 들렀다가 엄마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 결국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애나는 나에게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 참고 견뎌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정서적 학대, 반복된 외도, 물리적 폭력... 하나같이 끔찍하고 심각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다시 그에게로, 오랜 세월 자신을 규정해온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안정감을 얻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다


애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녀가 아이였을 때 심각한 감정적 박탈을 겪었음을 알게 됐다. 지독하게 이기적이던 그녀의 어머니는 애나가 바라는 관심을 '턱없는 요구'라고 무시하며 들어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된 애나를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에게 맡기고 직장에 출근해버렸다. 그런 애나는 아버지나 아버지와 지낸 시간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내내 엄마로부터 거부당한 기억만큼은 또렷했다.


애나는 13세 때부터 남자들을 만났고,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게 좋았다. 하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존을 만나면서 난생처음으로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애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존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 학교 성적이 좋아 지원만 하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닐 수 있었지만 애나는 독립해서 삶을 꾸려갈 만큼 정서적 힘이 없었다. 그녀는 사랑받는다는 안정감을 찾아 결혼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결혼 생활은 평판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사랑은 다른 여자에게로 옮겨갔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삶을 감당할 의지와 힘이 없었던 애나는 결혼에 매달렸고, 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절망적일 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럴수록 존은 애나를 경멸했다.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된 애나는 처음으로 공허감에 직면해야 했다. 공허감은 유아 때부터 그녀를 괴롭혀온 감정이었다. 엄마와의 애착 관계의 결핍과 심각한 방치로 인해 자기 상실 증후의 극단적 양상으로 고통을 받은 것이다. 또한 양육을 맡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서도 어떤 관심과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가 없었다.


애나의 치료 과정은 그녀에게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아이 때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본래의 자기를 찾아주려면 안정적인 사랑과 무조건적인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중에서 
https://c11.kr/ev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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