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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Oct 23. 2020

블랙독,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굿바이 블랙독> 편집후기

18년 동안 블랙독에 끌려 다닌 한 남자,  
그가 털어놓는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기까지 그 생생한 치유의 순간들 

<굿바이 블랙독> 본문 그림 중에서




오후의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너머로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쉰 고개를 넘고 이모는 부쩍 사는 게 재미없다고 했다. 갈수록 얼굴의 핏기는 없어지고 몸은 점점 더 수척해졌던 이모. 매사 의욕도 떨어져서 예전처럼 친구를 만나는 일도 없고, 운동도 하지 않고, “우울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이모에게 다들 “걱정이 없으니 배부른 소리 한다”면서 면박을 주곤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갑자기 이런 비보를 듣게 되니, 아차 싶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모는 우울증으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했다.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밤에 자지 못했고, 급기야 가족들 몰래 수년간 수면제를 복용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엊그제는 이모부와 싸운 후 홧김에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그대로 잠이 든 채로 10시간이 넘도록 깨어나지 못했다가 응급실로 실려 간 것이었다. 다행히 장세척을 빨리 해서 의식을 찾았지만, 의사는 혹시라도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블랙독, 처칠을 평생 괴롭혔던 우울증의 별칭 

영국의 전 수상 처칠을 평생 동안 괴롭혔다던 우울증. 암 다음으로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병이 바로 우울증(블랙독은 우울증의 별칭)이라고 한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우울증이라는 블랙독. 그 녀석에 잡아먹히면 그 누구라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만다.
《굿바이 블랙독》의 저자 매튜 존스톤도 실제로 블랙독 때문에 18년간을 남몰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블랙독은 그에게서 삶의 즐거움을 모조리 빼앗아갔고,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도 앗아가고, 심지어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까지도 느끼지 못하게 했다. 마치 자기 혼자만이 검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철저히 외롭고 고통스런 시간들이었다. 


<굿바이 블랙독> 본문 그림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그러던 중 뉴욕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블랙독에 질질 끌려다니던 그가 스스로 치유의 첫걸음을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으로 녀석을 멀리 쫓아내고, 또 기분기록표를 만들어서 매일매일 자신의 우울감을 기록해갔다. 이런 노력 끝에 블랙독의 몸집은 점점 작아졌고, 나중에는 순한 어린 개의 모습으로 그 앞에서 앉아 있었다.  

<굿바이 블랙독> 본문 그림 중에서


그는 고백한다. 블랙독이 자신의 인생에 꼭 고통만을 준 것은 아니라고. 블랙독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삶을 보다 단순화시켰으며, 무엇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울함도 쓸모 있는 감정임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고통의 늪에서 용기 있게 헤쳐 나온 모든 이들처럼 이 책의 저자도 역시도 이렇게 말한다.

길을 잃어보지 않고는 나를 발견할 수 없다.

<굿바이 블랙독> 본문 그림 중에서


<굿바이 블랙독> 편집 후기


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매튜 존스톤, <굿바이 블랙독> https://c11.kr/hz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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